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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왜 고소해서 귀찮게 해…경찰이 조져놨네"

변협, '2019년 검사평가 사례집' 발간…피의자·변호인에게 까지 인신공격 여전

2020-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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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의자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이 모욕적 언행을 하는 행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도 재판부와 변호인에 대해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검사의 사례도 다수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펴낸 '2019년 검사평가 사례집'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의 진술을 경청하는 등 긍정적 사례도 접수됐지만, 모욕적이거나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도 접수됐다. 이 자료는 지난해 12월 변협이 우수검사 20명을 발표하면서 접수한 총 6670건의 평가표를 엮은 것이다.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 열린 공판 출석 검사들이 공판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A검사는 압수수색 단계부터 조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피의자에 대해 "당신이 구속돼야 했는데 안타깝다", "당신 같은 사람이 기업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어제 구속 결과 기다리느라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등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해당 사례를 낸 변호인은 "같이 수사에 들어갔던 검사 출신 변호인조차 '이러한 후배 검사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B검사는 "사기로 고소했는데, 민사 소장은 접수했느냐", "검찰청이 무슨 떼인 돈 받아주는 곳이냐", "이는 민사로 해결할 문제인데, 왜 형사로 고소해 귀찮게 하냐" 등으로 말하는 등 고소인에게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C검사는 수사관이 조사하는 도중 피의자에게 "경찰에서 이미 조져놨더라", "큰일 날 사람이네",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등 심리적으로 위축할 수 있는 말을 했다.
 
D검사는 공판 진행 과정에서 젊은 여성 변호인을 상대로 무례한 태도를 보였고, 한 공판이 끝난 후 고소인은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봐라. 여자가 뭘 아노, 검사도 그리 말하잖나"라고 말한 사례도 목격됐다. 이 문제를 제기한 변호인이 법조인 검색을 해보니 D검사는 초년 차였고, 연차가 훨씬 높은 변호인에게까지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E검사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자 몸을 뒤로 젖히고 "거 무슨 반대신문을 그따위로 하십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이 재판 후 "30대 검사가 어따 대고 이런 오만불손한 태도냐"라고 항의하자 E검사는 "뭐가 잘못이요"라고 맞받았다. 해당 변호인은 "법정 안 법조인 상호 간의 예절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이번에 발간하는 사례집이 피의자·피고인의 인권과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나아가 검찰 개혁과 사법 절차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검사평가 결과가 검찰의 업무와 인사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의 실현이란 변협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협은 법치주의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전국의 검사를 대상으로 검사평가를 진행하면서 수사와 공판 분야에서 각 5명~10명 내외로 상·하위 검사를 선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지난 2월 '검사평가 5개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중복을 포함해 상위 평가를 받은 검사는 총 72명, 하위평가를 받은 검사는 총 75명으로 조사됐으며, 상위 평가를 받은 검사의 직급 상승률이 하위 평가를 받은 검사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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