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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검찰 '진보교육감 죽이기' 위헌 결정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이석문 제주교육감 기소유예 처분 취소"

2020-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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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 주도 교사에 대한 검찰의 소송지휘를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건돼 검찰로부터 유죄 인정을 받은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명예를 회복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의 집요한 '진보교육감 죽이기'를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확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검찰의 직무유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법재판소 청사 전경. 사진/헌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청구인은 광주고검장의 소송지휘에 따라 즉시항고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즉시항고를 제기한다면 행정력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교사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교육 현장의 안정이 저해될 것이라고 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해임 당한 교사가 제기한 행정소송 1, 2심에서 행정청이 모두 패소했다는 점, 도 내에서 해당 교사에 대한 해임처분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돼 있었다는 점, 즉시항고 포기 과정에서 변호사인 도 교육청 감사관 등과 논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즉시항고 포기에 앞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 점 또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소송지휘에 응해 본안 사건에서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관련 사건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는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는 청구인이 어떠한 형태로든 직무집행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같은 사항을 종합해보면 즉시항고 포기가 청구인의 의식적인 직무 포기 또는 방임이라거나 그런 목적에서 행해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직무유기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는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면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그로 인해 침해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모 여고 교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진 모씨는 2013년 10월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교원징계위원회는 진씨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렸고, 진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 2015년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그 즈음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 교육감은 검찰의 항소제기 지휘에 따라 항소했지만 2심 역시 진씨의 손을 들어줬고, 진씨가 항소심 중 낸 해임처분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또한 받아들였다.  
 
이 교육감은 판결과 제주도 교육청 측 의견을 종합해 검찰에 진씨 관련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상고 및 즉시항고를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상고와 즉시항고 할 것을 지휘 했고 이 교육감이 본안소송만 상고했다. 이후 대법원에서도 진씨에 대한 해임처분은 부당하다며 해임처분 취소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후 서울의 한 시민단체가 이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 교육감이 소송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이 진씨에 대한 해임처분이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한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이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추조건이 충족되지만 피의자의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합의내용,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감안해 기소를 하지 않는 제도다. 범죄혐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죄 없음(무혐의)' 처분과는 엄연히 다르다.
 
검찰이 이 교육감을 기소유예 처분하자 무리한 판단이라는 사회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17년 9월 총회에서 "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법적 대응 역시 교육적폐인 만큼 적폐 청산을 위한 교육감협의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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