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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계열' 몰락...텔레그램 성범죄방들 '춘추전국'시대

'갓갓' 잠적 후 운영자들 자중지란...마이너급들 '신분세탁' 후 반전 기도

2020-03-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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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일명 '갓갓'이 창설한 '텔레그램 n번방'이 검경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채널(채팅방)들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수사당국 관계자와 전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방 운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9년 2월 개설된 일명 'n번방' 계열 범죄채널들은 대부분 와해됐거나 활동을 접은 상태다.
 
국내 텔레그램 디터털성범죄 채널 운영현황(2019~2020년). 자료/전 디지털성범죄 채널 운영 제보자
 
그 시작은 2019년 8월부터다. 범죄 시초인 '갓갓'이 'n번방' 8번 까지 있던 채널에 '000방', '00방' 등 2개 채널을 만들어 총 10개를 채우고 잠적한 때가 이 때다. 그 이후는 '갓갓'의 후계자로 알려진 Kelly와 '박사방' 조주빈 측근으로 범죄채널 '태평양원정대' 개설자 '태평양' 등이 'n번방' 계열에 합류했지만 결국 자중지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갓갓'으로부터 8개 'n번방' 중, 5~6번까지 전체의 절반을 물려 받은 Kelly가 검거 되고, 계열 내 중간급으로 알려진 'c000000'와 '박사방' 조주빈이 서로 분쟁을 겪으면서 분열이 가속화 됐다는 분석이다. 
 
또 'n번방' 운영과 함께 본인이 직접 불법촬영물을 제작해 게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 일명 '와치맨(감시자)' 전모씨가 공중화장실에서 몰래 여성을 촬영하다가 잡혀 기소되고, 'n번방' 운영 참여와 함께 자체적으로 디지털성범죄 채널을 운영한 인천지역 고교생이 2019년 11월 불구속 입건 되면서 'n번방' 계열 채널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조주빈이 구속된 뒤 'n번방' 계열 운영자 총 6명 가운데 조주빈을 비롯한 4명은 구속 수사를 받는 중이거나 재판 중이며, '갓갓'은 수사당국에 의해 쫓기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경찰에 입건된 고교생 성범죄채널 운영자는 아직까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에 필적하는 텔레그램 내 디지털성범죄 채널로는 일명 '주홍글씨'가 꼽힌다. 'n번방' 운영자 출신인 'c000000'와 2명이 함께 모여 2019년 7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해 11월부터 텔레그램 내 디지털성범죄 채널 운영자들이 잇따라 검거되면서 'n번방'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채널 생리를 잘 아는 한 인물은 "'주홍글씨' 구성원들도 전부터 'n번방' 수법을 벤치마킹 해 채널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있다. 사진/뉴시스
 
'n번방' 계열 와해로 텔레그램 내 디지털성범죄 채널들 활동이 주춤하지만, 'n번방'의 부활이나 제 2, 3의 유사채널은 언제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n번방' 등과 공생하며 음란동영상 유통의 허브 역할을 했던 링크정보공유방 운영자 'k0000'의 경우 'n번방' 운영진이 잠적하면서 함께 채널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른바 '지인능욕' 디지털성범죄 수법인 '딥페이크' 전문 채널을 운영해 온 아이디 'k000000000'은 현재까지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일명 'l00000'도 지난 해 9월쯤 채널을 닫았지만, 언제든 성범죄 채널을 다시 개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00000'는 텔레그램 내 성착취동영상물 등 공개가 유료로 전환되자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겠다"며 1만여명에게 불법음란동영상물을 유포해 디지털성범죄자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디지털성범죄 채널을 잘 아는 또 다른 한 인물은 "문제가 되면 방(채널) 폭파하고 새 방을 열면 된다. 그동안 올렸던 자료 백업이 힘들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일부 기존 회원들이 이미 디지털성범죄 수법을 카피하고 있다. 검경이 지금 범죄채널 운영자들을 검거해 처벌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근절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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