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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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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안철수가 웃지 못한 이유

'종로 험지'에 나선 황교안, 양산을 출마 준비하는 홍준표에 당권 위기감

2020-02-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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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은 2016년 총선에서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을 이끌며 원내 의석수 38석을 얻었습니다. 20여석으로 출발해 이룬 결과물인데요. 특히 호남 지역에서 의석수를 석권하며 호남의 맹주로 자리잡게 됩니다. 총선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20%를 넘으며 1위로 앞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안 위원장은 총선 승리에도 크게 웃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승리했지만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원내 1당으로서 총선 승리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당시 민주당의 승리는 전직 대표였던 문재인 현 대통령이 다시 대권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 대통령이 대표 시절 영입했던 인재들이 전국 각지에서 당선되며 돌풍을 일으켰고 민주당 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이는 향후 문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나설 때 큰 지지 기반이 되었죠.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2016년 총선 당시 경기 하남 신장로 일다에서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위원장으로서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씁쓸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향후 대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의 가장 큰 야권의 경쟁자로서 안 위원장 자신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총선을 통해 문 대통령도 함께 생환했기 때문이죠. 안 위원장으로서는 38석의 국민의당이지만 호남이라는 지지 기반을 통해 향후 야권 대권 경쟁 구도에서 민주당을 흡수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있었을 겁니다.
 
2016년 총선의 기억을 끄집어 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현재 미래통합당 안에서도 당시 안 위원장과 같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야권의 대권후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고민이 안 위원장과 비슷합니다. 현재 미래통합당 내 대권구도는 크게 황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나뉘어집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이 세 사람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요.
 
문제는 총선 이후 세 사람의 행보입니다. 현재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을 공천을 받아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고 있죠.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에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 공천이 확정된 상황은 아닙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에 대해 황 대표의 입장이 눈길을 끕니다. 황 대표는 지난 14일 SBS와 인터뷰에서 양산을 출마 의지를 밝힌 홍 전 대표에 대해 “혼자 판단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홍 전 대표의 출마가) 더 필요한 장소도 있고 또 지금 얘기하는 곳도 갈 수가 있겠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면서 “당과 협의를 해야 하니까 그런 과정에서 최적의 결론이 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종로에서 패할 경우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지 않는 이상, 경남 양산을에서 살아돌아온 홍 전 대표에 의해 당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 황 대표 측에서 홍 전 대표에게 경남 양산을 출마라는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경남 양산을은 홍 전 대표의 말대로 미래통합당에게 험지일까요.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양산을 지역이 미래통합당 후보를 외면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양산을은 양산시에서 분구돼 2016년 첫 총선을 치렀는데요. 당시에 새누리당에서 공천 갈등을 겪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를 나눠 가져가며 민주당 서형수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형수 의원 이전에 양산에서 민주당계 출신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고요.
 
황 대표 입장에서는 홍 전 대표가 양산을 지역을 경남 험지로 포장해 여론을 김두관 대 홍준표 빅매치 분위기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황 대표 자신은 수도권 선거구에서 험지 중의 험지인 종로에 출마했기 때문에 약간의 억울한 마음도 있을 수 있겠죠. 공관위에서는 공천 면접이 끝난 후 홍 전 대표의 출마 지역을 결정한다고 하는데요. 결정 과정에서 황 대표의 사전 교감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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