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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와 '민주당만 빼고'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2020-02-17 16:48

조회수 : 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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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트로’(New-tro)란 이름의 복고가 유행하고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흉흉한 시절이기에 좋았던 옛 시절 ‘굿 올드 데이즈 ’(Good Old Days)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래서일까. 4월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도 복고가 유행하는 듯 하다. 2016년 2월2일 창당돼 2018년 2월13일 해산했던 ‘국민의당’이 다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2월16일에 출범해 2013년 5월4일까지 존재했던 ‘민주통합당’ 역시 부활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17일 미래통합당이 공식출범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부활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다른 의견이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등이 합류해야 온전한 ‘새누리당’의 부활이다. 괜히 미래통합당의 당색이 ‘해피핑크’인 것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것저것 더 섞이면 더 어두워져 과거의 붉은색 새누리당에 가까워 질 것이다.
 
최근 ‘민주당만 빼고’라는 해시태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후반기 유행한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라는 것과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특정 인물, 혹은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국민들의 극단적 배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 논리구조는 동일해 보인다.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유행어는 당초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정부를 공격할 때 사용했지만, 노무현정부의 일부 정책에 실망한 진보진영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 국민의 유행어가 돼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부 9년의 신호탄이 됐다.
 
‘민주당만 빼고’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으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야권과 보수언론에서 열심히 차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일부 정책에 실망한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호응하는 것 같다.
 
'민주당만 빼고'가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만약 4월 총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보수정부 복귀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르겠다. 당장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탄핵카드’를 총선전략의 하나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치권 격언 중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박근혜정권은 박근혜-최서원(구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탄핵 당했고, 노무현정부는 외부 보수진영의 총공세와 내부 진보진영의 지리멸렬이 맞물려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번 ‘민주당만 빼고’ 사태가 보수정부 집권의 새로운 신호탄이 될지 새삼 주목된다.
 
뱀다리(사족)다.
 
개인적으로 민주당과 현 집권세력의 성향은 진보라기보다 중도보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특이한 정치세력도를 감안하면 진보의 위치에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진보세력의 민주당을 향한 끝없는 증오의 근원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자기들이 차지해야할 성과와 위치를 민주당이 가로채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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