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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신교대의 추억이 떠오른 '올해의 차' 심사

2020-02-17 16:25

조회수 :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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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루 종일 응축된 고단함이 외마디 감탄사로 튀어나왔다. 아마 거의 20년 전 신병교육대에서의 행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의 차' 심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올해의 차 심사는 여러 면에서 그곳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낯섦에서 비롯되는 어리바리함, 줄서기와 중간중간 주어지는 5~10분의 휴식 시간, 모든 것을 마치고 난 뒤에 얻는 뿌듯함까지.
 
올해의 차 심사는 매년 국내에 출시된 신차(부분 변경 포함) 중 300대 이상 판매된 차량을 대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최종 등 총 3번의 심사한다. 이중 하반기 심사와 최종 심사에 참석했다.

하반기 심사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8시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경기도 용인 기아 비전 스퀘어로 이동하는 버스에 타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기아 비전 스퀘어에서 AMG스피드웨이로 이동하면서 탑승한 포르쉐 카이엔.사진/뉴스토마토


평소 구경하기도 힘든 차들을 직접 운전해본다는 생각에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설렘이 가득했다. 자동차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데 심사위원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조금은 있었다.

기아 비전 스퀘어에 도착해서는 등록을 마치고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강연을 듣고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AMG 스피드웨이까지 운전할 차량을 배정받았다.

이날 준비된 차량은 △K5 △K5 하이브리드 △모하비 △GLE △AMG GT △EQC △X7 △8시리즈 △XC90 △트래버스 △A6 △카이엔 △파나메라 △그랜저 등 14종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욕심이 났던 카이엔을 배정받게 됐다. 오전 내내 이어진 기분 좋은 설렘은 더 커졌고 주차장에서 카이엔을 마주했을 때는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허둥거리느라 카이엔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화면에 음성까지 꺼져있던 내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하는 시간은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AMG 스피드웨이에서는 안전 교육 등을 받은 뒤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심사는 3개 조로 나눠 AMG 일대 공도 시승, 서킷, 짐카나를 각각 돌아가면서 했다.

SUV 차량을 타고 AMG 스피드웨이 주변을 도는 공도 시승은 무난했다. 약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긴장감은 잦아들고 안정을 찾았다.
 
짐카나 평가 중인 벤츠 EQC,.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하지만 잠시였다. 짐카나를 하면서 긴장감은 다시 높아졌고 머리는 정지한 듯했다. 콘을 좌우로 통과해 오른쪽으로 차량을 180도 틀어서 방향을 바꾼 뒤 표시된 길을 따라가다 액셀을 놓고 주행한다. 그 코스를 지나 드럼통을 두 바퀴 돈 뒤 가속 후 안내에 브레이크를 밟는다. 2회 반복한다. 차를 바꾼다.

지금도 생각나고 시범도 두 번이나 봤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주행을 했는데 한 바퀴를 돈 뒤 인스트럭터가 차를 멈춰 세웠다. "표시된 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 바퀴를 더 돌았다. 거기서 또 틀렸다.

차를 바꿔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이번엔 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를 너무 일찍 밟았다"고 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돌았다. 그냥 웃었다.
 
서킷 평가를 위해 대기중인 차량.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마지막은 서킷 주행이었다. 서킷에서는 인스트럭터가 선두에 서고 4대의 차량이 따라가는 식으로 이뤄졌다. 서킷을 한 바퀴 돈 뒤에는 뒤에 있는 차로 바꿔탔다.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서킷 주행 내내 초긴장 상태가 유지됐다. 짧은 시간 동안 8대의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일정도 긴장감을 높인 요인 중 하나다.

피트인 후 운전자 교체-운전석 조정-기어 조정 출발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민첩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운전자마다 다른 체형, 차마다 다른 운전석과 기어 조작 방식 탓에 쉽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안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무전기 너머로 전해지는 시트 조정, 안전벨트 확인, 출발, 차 간격 유지, 차랑 이동 등 인스트럭터의 말이 훈련병 한발 앞으로, 안전 고리 확인, 시선 전방, 하강처럼 들리는 듯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행을 모두 마친 뒤에는 차별로 주행 성능과 편의성 등의 부문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심사는 마무리됐다.

보름이 지난 2월13일에는 올해의 차 최종 심사에 참여했다. 평가 장소가 경기도 용인에서 화성으로 차종이 14개에서 18개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하반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안전교육을 받은 뒤 조를 나눠서 시승했다. 평가 중간중간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차가 있는 곳에 집합해 다시 평가에 들어갔다. 평가서 작성까지 마친 뒤에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튀어나온 외마디 감탄사도 그대로였다.

변한 게 있다면 심사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를 때 설렘보다 고단함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는 것뿐이다. 두 번의 올해의 차 심사로 맛본 고단함이 싫지는 않다. 짧은 시간 경험치를 빠르게 쌓아 올린 결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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