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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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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6000원에 몰린 소비자

2020-02-11 09:50

조회수 :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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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네 마리 값인데..."
 
하나은행이 사명 변경을 알리면서 특판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1년 간 매달 최대 30만원까지 적금 가능하며, 최대인 360만원을 맡기면 8만6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0%대 예금이 즐비한 상황에서 2.3% 수준의 예금이 나온다는 건 솔깃한 일입니다. 원금을 보전하면서 8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득이 적지 않으니까요. 치킨 네 마리를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치킨이 비싸진 걸까요. 금리가 낮아진 걸까요. 
 
하나은행도 놀랐다는 반응입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판 상품을 출시할 때 한도액을 설정하고 내놓는데 이번처럼 기한만 정해두고 무제한으로 받은 적은 드물다"면서 "내부에서도 적잖이 놀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132만 모든 가입자가 360만원을 꽉꽉 채워 적금을 붇는다면 은행은 5조원에 달하는 예수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자만 1200억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금리에 순이자미진(NIM)이 떨어지고 있어 적잖은 부담입니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의 10% 금리 이후로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이 간간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5% 금리의 적금상품을 냈기도 했고요. 은행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감수하고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지만 한 구석에선 씁쓸함이 자리합니다. 소비자들은 원금 보전이란 이유에서 쉽게 돈을 가져다 은행에 맡깁니다. 360만원을 건네면서 치킨 값만을 따질 수 있는 것은 이런 관념에서 비롯됐겠죠. 하지만 너무 마케팅으로 이런 속성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내 돈을 잃지 않을 곳'이란 책임이 적지 않은데 말이죠. 우리가 굳이 은행에 큰 돈을 맡기는 이유기도 합니다.
 
최근 은행들은 '고위험상품'을 취급한다며 크게 원금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소비자가 굳이 은행을 찾아 '투자'를 맡긴 이유는 은행은 원금을 보전 해줄 거란 생각이 강해서입니다. 은행들도 같은 관점에서 투자상품을 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참 재밌습니다. 소비자야 그렇다 쳐도 은행은 예수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익을 위해 원금 손실에 우려를 감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관점이라뇨. 이런 소비자 인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원금 보전을 위해 더 긴장하고 분발해야하지 않을까요. 
 
특판 상품을 볼 때마다 은행이 소비자를 대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은행에 대한 모두의 관념을 언제고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그 관념을 가벼이 다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3일 하나은행 서울 서소문 지점에 ‘하나 더 적금’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몰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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