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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대권’을 향한 황교안, 안철수 그리고 유승민의 선택

4월 총선에 걸린 대한민국의 미래

2020-02-10 18:03

조회수 : 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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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은 2022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기세를 몰아 그해 대선에서 당선됐다.
 
이어진 2016년 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을 차지했고, 그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7년 5월 대선 승리 역시 민주당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돌아갔다. 여야 정치권이 이번 총선을 사실상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번 4월 총선은 결국 여권의 ‘촛불혁명 완성’과 야권의 ‘문재인정부 심판’ 프레임의 충돌로 갈 것이 유력하다.
 
정부여당은 박근혜정부의 잔당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이 국회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제대로 된 개혁과 국정운영을 못했다면서 국민들이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할 것이다. 반면 한국당을 중심으로 뭉치는 ‘보수신당’은 문재인정부를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로 싸잡아 비판하며 자신들이 대안세력임을 강변할 것이다. 국민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이 가운데 범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이 각자 결이 다른 행보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1. 황교안의 선택
 
황교안 대표는 보수진영을 대표해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민들에게 ‘박근혜정부 시즌2’와 지금의 문재인정부 뭐가 더 좋은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최근 한국당이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문재인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금의 문재인정부나 탄핵당한 박근혜정부나 무슨 차이가 있냐는 논리다. 상황에 따라 “문재인 탄핵을 위해 힘을 몰아달라”는 주장도 총선막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필수코수다. 상대방을 낮추고 본인을 높이는 것은 정치권의 기본전략이다. 다만 한국당이 단순한 비판세력, 불만세력을 넘어 진정한 대안세력, 수권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에 일각에선 평생 공무원이었던 황 대표의 다소 늦은 정무적 결단력을 위험요소로 지적한다. 황 대표 지지층에서는 ‘신중한 판단’이라고 옹호하지만, 최근 서울 종로 출마 결정과정에서 떠밀려 나가는 듯한 모양새가 나온 것은 황 대표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2. 유승민의 선택
 
‘새로운보수’를 꿈꿨던 유승민 위원장은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일보후퇴를 선택했다. 보수재편의 전권을 한국당 측에 넘겨주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이다.
 
만약 보수통합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선택은 재평가 받으면서 당내 목소리를 낼 기반이 된다. 반면 한국당이 패배해도 반전의 기회가 있다. 지리멸렬한 보수진영에서 패배의 책임을 소위 ‘친박(박근혜) 잔당’에게 떠밀고 ‘개혁적 보수’의 기치를 다시 들어 보수재건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꽃놀이패’다.
 
변수는 그의 총선 성적표다. 본인은 불출마를 이야기했지만, 한국당에서는 그를 수도권 험지에 출마시키거나 선거대책위의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승패를 떠나 그의 활약상과 존재감이 어느 수준이 될지가 문제다. 그에 따라 유 위원장이 총선 뒤에도 유력 대선후보로 이름을 이어갈지, 아니면 한때의 정치인으로 끝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3. 안철수의 선택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의 선택은 ‘국민의당’ 열풍 다시 한 번이다. 흘러지나간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의 기적은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정서와 호남의 지지가 기반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안 위원장을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과 분리되는 ‘신선한 정치인’으로 아직도 받아들이는가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안철수 현상’은 과거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또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호남이 ‘반문재인’을 기치로 든 안 위원장을 다시 한 번 지지할지도 미지수다.
 
안 위원장은 현재 기존 정치권과 구분되는 독자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독자행보만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우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유승민(왼쪽) 대표가 지난 2018년 4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일빌딩에서 열린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안철수 예비후보에게 운동화를 신겨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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