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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록의 전설' 퀸을 만났다, 그들에 물었다

2020-01-17 18:22

조회수 : 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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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간담회들 중 일단 규모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거대 스피커, 4옥타브를 넘는 머큐리의 음성, 가운데 진을 친 사진기자들과 자리가 없어 배회하는 취재기자 120여명…. 
 
1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퀸(QUEEN)의 '실물'을 본 경험은 특별했다.
 
정시가 되자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브라이언 메이부터 들어왔다. 복실 거리는 흰 곱슬 머리를 치렁이며 엄지 포즈. 뒤 따라 산타 같은 흰 수염에 선글라스를 끼고 오는 로저 테일러. 
 
너도 나도 핸드폰을 꺼내들어 '인생 최대의 장면'을 분주하게 담은 시간. 이때의 간담회 현장은 흡사 팬미팅 분위기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본격 질문 타임이 시작되자 그때부터는 전쟁이었다. 
 
일초에도 수십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웸블리 이야기는 K팝과 BTS로 이어지고, 프레디와 이들의 건강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한국에 오자마자 사찰 음식으로 한국 선인들의 지혜를 배웠다는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다.
 
초반부터 계속해서 손을 들던 내게도 결국 기회의 시간이 왔다. 
 
눈을 마주친 사회자가 "아까부터 계속 손을 번쩍 들고 계신다"며 마이크를 전달해달라 했는데 아뿔싸, 그게 그만 행사 스텝의 인식 실수로 다른 매체에 넘어가고 말았다. 뭔가 상황이 잘못됐다는 사회자의 표정을 보고 든 생각.
 
'이대로 내 일생 일대 기회가 날아가고 마는 것일까.'
 
다행히 사회자는 이 상황을 인식했고, 잊지 않고 바로 다음 순서로 나를 지목해주었다. "마지막 순서"라는 말과 함께.
 
당황스러운 건 바로 다음상황이었다. 갑작스레 퀸 측의 다큐 팀이 백색 조명을 내게 들이밀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때가 왔다. 지르자.'
 
"타임머신을 타고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한 장면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죠. 프레디 머큐리가 두 손을 교차하며 곡을 쓰던 그 때 순간으로…. 바꿔보고 싶다거나 그 때 못해 후회하는 거 있어요?"
 
하, 머릿 속이 새하얘지던 순간, 나를 자세히 보려고 눈 위에 손을 댄 브라이언 메이의 미소 만이 보였다. 
 
"'핫 퀘스천'(뜨거운 질문이군요.)"(로저 테일러)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이들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을 냈다. 프레디 머큐리와의 추억, 얽힌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들은 '운이 좋았다'고 지난 과거를 압축했지만, 다시 곱씹어 생각하면 그것은 일종의 겸양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됐든 퀸, 그들이 왔다. 오는 18~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 번째 내한 단독공연. 아직 티켓이 남아있다고 하니 마음 돌리신 분들은 서두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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