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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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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공허한 '읍참마속' 외침

2019-12-03 16:07

조회수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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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
 
읍참마속은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삼국지의 유비의 군사인 제갈량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인데요. 제갈량은 총애하던 장수 마속에게 요충지의 방비를 맡겼지만 마속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제갈량의 지시를 거부했고, 결국 적군에게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아끼는 장수였지만 기강을 세우기 위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어 군령을 바로잡았는데, 이후로 '읍참마속'이라는 말은 대의를 위해 아끼는 것들을 희생시킬 때 비유적 표현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실제 제갈량의 읍참마속은 엄정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면서 전쟁에서의 패배를 오히려 전기로 바꾸었습니다. 대의와 원칙을 앞세운 제갈량의 정대함과 결단이 촉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인데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농성장에서 당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2일 정치권에서도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단식 종료 후 나흘 만에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무에 공식 복귀했는데요. 황 대표는 "과감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며 "필요하다면 읍참마속하겠다. 보수·중도·자유민주주의 세력과 함께 하는 새로운 통합을 이뤄내자"고 강조했습니다. 황 대표의 '읍참마속'발언 이후 최측근으로 꼽혔던 박맹우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한국당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 당직을 재편하겠다"며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외에도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김명연 수석대변인·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황 대표의 '마속'들이 차례로 당직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후 4시간여만에 당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인 박완수·송언석 의원을 각각 임명했습니다. 당대표 비서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재선인 김명연·주광덕·염동열 의원을 각각 배치했는데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성동규 중앙대 교수가 내정됐으며, 대변인에는 기자 출신인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을 기용했습니다.
 
당안팎에선 '쇄신'과 동떨어진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당직자의 면면을 보면 황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우선 박완수 사무총장의 경우 경남 창원의창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으로 대표적인 친황(친황교안)계 인사입니다. 새로 임명된 송언석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같은 영남권 의원에 친황으로 분류됩니다. 황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서 인연도 있습니다. 당 수석대변인에서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명연 의원은 황 대표 측근으로서 '승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쇄신이 아니라 쇄악이다. 김세연이 쳐내고 친박 친정 체제"라며 "읍참마속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마속이 누구냐.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제갈량은 마속을 읍참한 뒤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3단계 강등하며 병사들에게 사과했습니다. 황 대표의 읍참마속 외침이 참으로 공허한 것은 자신의 측근 위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한데다, 제갈량이 보여준 리더로서 스스로에게 향하는 뼈아픈 성찰과 자책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의 읍참마속 발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앞으로 당직 인사 결과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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