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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수백년 전통의 가전명품, '장인정신' 살아 있죠"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 수입가전 전문 유통…프리미엄 넘어 '장인 정신' 주목

2019-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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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는 삼성전자·LG전자 위주의 국내 가전 시장에서 우수한 성능과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수입 가전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상품 하나를 출시하면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김 대표는 적게는 수십 년에서 많게는 수백 년 한 우물만 판 수입 가전의 깊은 '장인 정신'에 주목했다. 특히 단순히 성능이 좋은 데 그치지 않고 가문 대대로 사업을 이어받으며 그 나라에서 이름 그대로 하나의 문화로 통용되는 수입 가전은 대기업 위주의 국내 가전 업계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품질을 넘어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고집하는 수입 가전을 앞세워 10년 넘게 국내 대기업과 대결하고 있는 그를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의 게이트비젼 사옥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가 지난 15일 게이트비젼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게이트비젼은 최근 아일랜드 공기청정살균기 '노바이러스', 미국 청소기 브랜드 '비쎌'과 독점 수입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부터 다이슨·블루에어·로라스타 등 가격이 다소 비싼 외국 고급 브랜드만 맡아 국내에 유통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재 다이슨 등 총 6개 해외 가전브랜드 상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는데 처음 회사를 시작해 해외 소형가전을 수입·판매하면서 가전 박람회나 백화점 시장 조사를 통해 많이 깨달았다. 프리미엄 가전들을 좋아하는 일부 국내 고객들의 취향을 눈여겨봤는데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브랜드들을 도입하는 게 국내도 일부는 가능하다고 봤다. 다이슨 제품을 처음 판매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맡은 브랜드들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점유율도 굉장히 높다. 이메텍은 1년에 전기요 400만장을 생산하는데 전세계 1위이며 스팀다리미를 만드는 로라스타도 유럽 전체 1위다. 노바이러스도 프리미엄 가전이지만, 생활의 편리함이나 기본적인 품질·디자인이 좋은 것을 넘어 보람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다. 사업하기 전인 23~24년 전에 공기정화기 제조공장에 다녔는데 그 회사 제품으로는 잡아내지 못했던 박테리아·병원균·알레르기 원인 물질 등을 노바이러스는 제거를 넘어 단번에 파괴했다. 연구소를 통해 증명한 수치들이 너무 완벽해서 처음 상품 제안이 왔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웃음) 디자인이 엄청 좋지는 않지만 성능은 완벽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시대 꼭 필요한 제품이다.
 
구체적으로 수입 제품을 볼 때 주목하는 요소가 있다면.
 
품질·테크닉·디자인을 본다. 여기에 역사가 깊은 회사를 좋아한다. 내가 맡은 브랜드를 보면 다이슨 외에 모두 가족회사들로 대부분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는 기업들이다. 비쎌은 400년이 넘는다. 이런 브랜드들은 아버지에서 그 아들에 아들들이 대를 이어서 오직 한 우물만 판다. 이것저것 생산 분야를 넓히는 게 아니라 하나만 특화해서 상품을 내놓는데 이래야 치열한 현 국내 가전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기업들을 크게 인정한다. 이전에 가구 업체를 런칭하려고 이탈리아에 갔었는데 이메텍을 안다고 하니까 그 가문 이름을 대면서 인정한다고 하더라. 그 나라에서는 대를 이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국민기업처럼 받아들인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은 이 회사들이 수익만을 목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굉장히 보기 좋았다. 스위스의 로라스타를 방문할 때는 직원 대부분이 노인이라 쇼크가 올 정도였다. 젊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정말 많고 근속연수가 사망해야 퇴직일 정도로 정년이 없다. 국내에서는 이런 것들을 말로만 실현하려고 하는데 가서 보니 사실이고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부터 매장에 큐레이터를 두고 있다. '큐테이터A샵'의 목적은 무엇이며 회사 큐레이터들에게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나.
 
시작한 지 9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홍보를 위해 계속 진행했는데 이후 매출이 꾸준히 나왔다. 이걸 보고 고객 가운데 정말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품 시연 정도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매장에 와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이 브랜드가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부분에 일가견이 있고 이런 부분들을 깊이 듣고 싶은 분들이다. 판매자가 잠깐 교육받아서는 모두 소개할 수 없는 내용이다. 현재 본사에 있는 큐레이터A샵은 매출만 1억원이 넘는다. 고객들에게 대형 가전매장이나 백화점에서는 줄 수 없는 매력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 큐레이터A샵을 운영하며 3가지를 강조한다. 대형 가전매장은 가보면 다리미면 다리미가 쫙 펼쳐지고 믹서기는 믹서기가 쫙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 할애가 힘드니 고객들에게 한 브랜드를 깊게 이해시키려고 한다. 두 번째는 그날의 시세로 판다. 소비자 값만 정해져 있고 온·오프라인 가격은 큐레이터가 그날 결정한다. 세 번째는 고급스러운 휴식의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이를 테면 고객들이 안마의자에 앉아서 공급청정기의 공기를 누린다. 시연과 체험과 함께 하는 매장이다. 
 
여러 분야 가운데 '외국가전 유통'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또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나.
 
사실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가전으로 성공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그리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제조회사가 TV나 냉장고로 승부를 던지기는 어렵다. 16~17년전 테팔·필립스·브라운 등 해외 소형가전을 판매하면서 국내에 외국 가전이 잘 팔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공을 쌓기 위해 해외 가전·가구·디자인·섬유 박람회를 많이 다녔는데 이때 해외에 강소 명품 가전들을 눈으로 많이 봤다. 이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을까 보니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유지만 세일즈 할 능력이 아예 없다고 보고 있더라. 도전하고 싶었다. 판매도 판매인데 브랜딩을 거쳐 경쟁력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브랜드의 우수한 품질과 독특한 방식에 매료됐고 그간 해외 소형 가전을 팔면서 느낀 단점들을 이 회사 제품들이 충족하고 있어서 가능성을 봤다.
 
영업사원에서 3년 만에 1인 기업을 창업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회사 생활에서 어떤 점을 배웠고 사업을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30살까지 공기정화기 제조공장에서 만 3년을 일했는데 헝그리한 멘탈을 얻었다. 맨땅에 헤딩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의기소침했다.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데나 발길 닿는 곳으로 갔다. 집단 전자상가가 활성화됐을 때다. 퇴직할 무렵 인터넷이 태동하기 시작했는데 테헤란로에 벤처기업이 엄청 생겼다. 시기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좋은 조건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누가 말해줘야지 아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영업사원에게 세금계산서를 끊어오게 해서 이를 이해하게 됐고 공장이다 보니 사출·원가 포지션 등을 자연스럽게 숙지하게 됐다. A/S 관련 문의도 많았는데 콜센터를 운영할 때 팀장을 맡기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배웠다. 운영이 잘 되는 회사여서 더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교회 은사님이 어릴 때부터 자세히 꿈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설계하라고 해 이때부터 창업해 돈 벌어서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성수(맨 왼쪽) 게이트비젼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아일랜드 공기청정살균기 '노바이러스' 출시행사에서 줄리안 클레어(가운데) 주한아일랜드대사, 케빈 데블린(맨 오른쪽) 노바이러스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사를 이끄면서 경영 철학이나 원칙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처음 30살에 아내만 있는 상태에서 집에서 창업했는데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인맥·돈·학벌 아무것도 없었으니 흙수저가 아니라 똥수저에 가까웠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으로 부딪혔다. 눈물 흘릴 일과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때의 초심을 생각해 왜 내가 사업을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 가장 중심에 있고 착하고 힘 있는 기업을 모토로 한다. 게이트비젼이라는 뜻은 나와 직원·수입 브랜드·회사 비전의 문이 되겠다는 의미다. 되도록 회사 자체에만 힘쓰려고 하고 이외 친목을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내가 좀 약하다.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역량에 대해서는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게 회사 비전이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면 거짓을 무기로 억지로 일을 성사시키지 말라고 한다. 해외 브랜드를 상대로도 정직하게 하라는 것이다. 정직하지 않은 게 베이스에 깔리면 끝이다. 영업할 때도 비상식적인 일을 동원해 하지 말라고 한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하면 된다. 속도를 빨리해 결과를 바로 내려고 하는 행위는 우리 회사 방향이 아니다. "할래 말래" 했을 때 외국 브랜드에서 "안 한다"라고 하면 다른 데 가면 된다. 안 되는 데 다르게 하려는 방법을 싫어한다.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LG전자 국내기업들도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건조기 등 '신가전'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앞으로 외국 가전제품들이 국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부분을 특화해야 할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전을 참 잘 만든다. 해외 1위였던 외국 브랜드들이 철수하기도 하고 외국에서 상품을 들여오면 곧바로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나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가전 시장 전체를 주름 잡고 있어 더 자리 잡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지지 않은 아이덴티티·디자인·성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여러 가전 종류 모두를 한꺼번에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 집중하는 길밖에 없다. 몇십 년 간 스팀다리미만 만들고 전기요만 만들면 승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 제품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다. 
 
외국산 제품의 경우 막연히 국내 제품보다 A/S 서비스가 더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다. A/S 서비스 등 소비자와 소통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다이슨을 수입하면서 깨달은 게 많은데 외국 제품이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A/S 인프라에 있어서 더 좋을 수는 없다. 완벽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 A/S 외주 업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 기업들도 아래 회사에 외주를 줘 통제가 안 된다. 어느 회사는 기본급은 낮고 출장 횟수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니 A/S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장 횟수에 상관없이 A/S에 힘쓰는 수리업체들을 선택하고 있고 서울·경기권은 우리 직원이 직접 긴급 A/S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A/S에 힘쓰고 있다.
 
지역 세정협의회에 속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사업 외적으로 복지사업에 힘쓰는 이유가 있나.
 
내가 사회복지 전문가도 아니고 기부를 조금씩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회복지사를 했던 한 지인이 내 방향에 대해서 너무 좋다고 하면서도 기부하면서 사진만 찍고 그냥 가는 것 등을 진정한 사회복지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같이 고민하고 애쓰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심리적인 방법을 찾는 게 사회복지라고 하더라. 이후 생각을 많이 했다. 가서 돈 내고 사진 몇 장 찍은 뒤 자선사업 했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쪽은 실질적으로 내가 복지사업 하려고 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니다. 나중에 복지센터를 지어서 파트별로 나눠서 진행하려고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다. 
 
김성수(왼쪽) 게이트비젼 대표가 지난 3월7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스위스 프리미엄 스팀다리미 '로라스타' 신제품 출시 기념 론칭행사에서 장 몬니(오른쪽) 로라스타 CEO와 함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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