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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스쳐 지나간 ‘전업 작사가’의 위기설

2019-11-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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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씨로 인해 대중은 작사가라는 직업과 친숙해 졌습니다. 그는 ‘가왕’ 조용필의 노래를 비롯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까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하는 노랫말들을 적어왔죠. 어찌 보면 작사가라는 직업은 참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것처럼 보입니다. ‘김이나의 작사법’이라는 책을 정독해보신 분이라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겠죠.
 
예체능이라는 게 아무리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하지만,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의 직업 하나가 완전히 없어지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한때 가요계에 싱어송라이터의 바람이 불며 전업 작사가들의 위기설이 불거졌습니다. 직접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입히고, 노래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전업 작사가들에 비해 대중에게 노랫말을 전달하는 데 있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거 있는’ 낭설이었습니다. 물론 싱어송라이터 붐이 불면서 그들이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고, 전업 작사가들의 노래는 다소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음원 마케팅의 시대가 열리고, 이와 함께 발라더의 전성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발라더는 보컬리스트의 성향이 강합니다. 그들의 노랫말은 주로 전업 작사가가 전담합니다.
 
여기에 K팝이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 뮤지션과 해외 뮤지션의 음악적 교류도 많아졌습니다. 만약 엑소가 한국에서 새 앨범을 내는데, 해외 뮤지션이 작곡한 노래를 수록하게 됐다고 가정해봅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앨범인 만큼, 가사는 한국 작사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죠. 아이돌의 노래니까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전업 작사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정확한 트렌드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알파고들한테 일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어서 다른 일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작사가도 언젠가는 알파고한테 일을 뺏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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