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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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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금기어 '공짜점심'

2019-10-31 16:59

조회수 :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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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왕이 경제학자들에게 경제학을 짧고 굵게 요약해오라고 명령했습니다. 학자들은 수십권의 책으로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학자들에게 다시 짧은 경제학 지침서를 주문했습니다. 결국 한 명의 경제학자가 왕 앞에서 진술을 하게 됐습니다.
 
"폐하, 세상의 모든 경제학자들의 책이 담고 있는 경제원리를 여덟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이것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1938년, 미국의 한 지역지에 실린 우화입니다. 여기에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등장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익숙하게 들어봤을 '공짜점심'의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때문입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판매은행이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DLF 판매 은행과 고객간의 분쟁조정을 진행중입니다. 분쟁조정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정도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감안해 배상률을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관련기사: DLF 손해 배상률, 과거 고위험상품 투자횟수가 희비 가른다
 
분쟁조정의 일반적인 구조가 이런데, 금융당국 수장들은 '투자자 책임의 법칙'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현 정부의 아젠다이기 때문에 '공짜 점심'은 사실상 금기어에 가깝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얼마전 '공짜점심' 발언을 해명하기 바빴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 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지자 DLF 문제를 두고 말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습니다. 윤 원장은 DLF 상품를 겜블(도박)에 비유하면서, 금융사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되는 상품을 만들었다고 질책했습니다. 관련글: 금감원장의 '도박론'
 
물론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난 금융사는 일벌백계 해야 됩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회사 있냐'는 볼멘소리도 들리지만, 먼지가 안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과거 긴급한 구조조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의 책임분담' 원칙을 강조해왔습니다. 금융사건사고에서는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여론의 눈치를 보고 경제의 기본법칙 마저 금기어로 다루고 있으니, 원칙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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