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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금감원장의 '도박론'

2019-10-24 17:07

조회수 : 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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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의 겜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2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일종의 겜블(도박)'이라고 칭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금융업 종사자들은 취재기자에게 그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지만, 그 물음에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차마 자기 입으론 말 못하겠으니 대신 얘기해달라는 부탁으로도 들린다.
 
국정감사에서 최근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DLF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윤석헌 감독원장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금융사가 겜블을 만든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윤 원장의 '겜블' 발언을 두고 상품을 설계, 공급하는 금융투자회사와 판매한 은행 관계자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금감원장의 말대로 DLF를 겜블이라고 하면, 예적금을 제외하고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파생상품이 도박이라는 것이다.
 
겜블 발언이 회자되는 것은, 은행들이 10여년을 끌어 온 키코(KIKO) 분쟁조정 결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키코는 약정 환율 내에서 수출기업이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환헤지 상품인데, 2008년 금융위기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키코 손실에 대해 은행 책임을 묻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인데, 키코와 유사한 파생상품을 겜블로 여기면서 은행들의 키코 보상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선악의 잣대를 가지고 금융사가 판매한 파생상품을 죄악시하면 피해배상의 논리는 간단해진다.
 
그러나 금감원장의 겜블 발언은 이체유탈화법과 같다. 파생금융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감독하는 기관이 금감원이기 때문이다. 감독 부실에 대해 윤 원장은 "금감원이 갖고 있는 감독 수단만으로는 DLF 사태 예방과 억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승전 금융사 탓'으로 끝난 국정감사다.
 
DLF 투자자들이 손실 보전 촉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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