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유지훈

설리가 겪었던 ‘악플의 밤’들

2019-10-15 21:35

조회수 : 1,40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설리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썼고, 소속사의 공식 입장을 썼고, 그가 출연 중이던 예능프로그램 관계자의 멘트를 받아 썼고, 그의 장례식이 비공개로 처리된다고 썼습니다. 퇴근 후 다른 매체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시작됐습니다.
 
모두 같은 말을 했습니다. “부고를 썼고, 속보경쟁을 하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고,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죄책감 같은 게 밀려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다가도 취재원과 연락이 닿거나 공식입장이 배포되면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켰습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비아냥 섞인 단골 멘트는 없었습니다.
 
설리와 관련된 후문들도 몇 번 오갔습니다. 가정환경, 에프엑스 활동 시절, 예능 촬영 뒷이야기 등등이요. 저는 전공 때문에 그의 우울증을 진단해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냥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려는 시시콜콜한 대화였습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다음날까지 설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습니다. 그가 출연했던 ‘악플의 밤’, 아이유가 그를 위해 썼던 노래 ‘복숭아’, 그의 추모글을 SNS에 올렸던 동료 연예인의 이름까지요. 팬들은 자극적으로 변해버린 실시간 검색어를 ‘설리 사랑해’ ‘설리 복숭아’ 등으로 바꿨습니다.
 
설리는 줄곧 대중의 과한 관심에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온라인 속 날 선 사람들의 좋은 표적이었을 것입니다. 활동 중단으로 회피해보기도 하고, JTBC ‘악플의 밤’에 출연해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에는 설리 관련 기사에 악플을 남기던 한 누리꾼이 부고 이후 갑자기 애정 가득한 팬 행세를 하는 모습이 캡쳐 돼 공유되고 있습니다. 설리에게 악플을 남겼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모두 어제 술자리의 저처럼, 착잡한 마음에 어딘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까요.
 
  • 유지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