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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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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요즘 당구장에 가보셨나요

온고지신, 옛것들의 귀환

2019-09-29 17:55

조회수 : 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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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명절에 큰누나네 집에서 형제들이 모였습니다. 아들이 혼자라 저는 부모님 제사를 지내고 누나들은 각자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명절에 만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만 이번엔 이사한 집에 처음 방문한다는 이유로 모였습니다.

큰매형은 지난해까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정년을 맞아 은퇴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죠. 지금은 구청 소속 계약직으로 일한다고 했는데 일주일에 근무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모여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다른 집들처럼 화투치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큰 매형이 당구 얘길 꺼냈습니다. 요즘 지인들과 당구 치는 걸 취미로 삼은 모양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이 된, 사돈댁 형제들 중 맏이시다 보니 다른 잡기엔 한눈 팔지 못하고 성실히 일만 했을 겁니다. 성격도 그런 편이고요. 그랬던 사람이 은퇴하고 시간이 많이 남다 보니 이제야 남들 어렸을 적 다 뗀 당구에 눈을 돌리신 거겠죠.

그 나이쯤 되면 등산도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고(무릎 등등), 골프는 일상적으로 즐기기엔 경제적으로 무리이고, 그렇다고 평소에 낚시를 즐겼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싼값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당구를 시작하신 것 같아요. 이제 당구 수 ‘100’이라고 합니다. 당구 쳐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100, 120, 150 이때가 제일 재미있을 때거든요. 저는 당구 큐 잡아본지 오래됐지만 대학 때 200까지는 쳐봤습니다. 막내매형은 150이라는데 요즘도 가끔 치나 봅니다.



남자 셋이서 아파트단지 근처 상업지구로 찾아갔습니다. 게임비가 싸서 매형 단골이라는 당구장은 만석이었습니다. 옆 건물로 갔죠. 거기도 만석이었습니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군요. 이 두 곳을 자주 다녔나 봅니다. 다른 건물에 또 있는지 헤매기 시작했죠. 조금 걸어서 다른 곳에서 당구장 마크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만석. 다들 규모가 작은 곳이 아닌데 가는 곳마다 머리 희끗한 분들이 가득가득했습니다. 이날은 추석 다음날 토요일 오후였고 비가 흩뿌리는 우중중한 날씨였습니다.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돌아다닐 날씨가 아니었죠.

어찌저찌 해서 마지막 네 번째 찾아간 당구장에서 간신히 자릴 잡았습니다. 여긴 두 자리가 남아 있더군요. 옛날 당구장과 다를 건 없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담배. 흡연이 금지돼 실내공기가 쾌적했다는 것입니다. 저 구석에 두 사람 정도 간신히 들어갈 흡연방이 따로 마련돼 있더군요. 흡연공간엔 커다란 환기장치와 배기구가 밖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다들 서툴러서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제가 진 게 아니라 돈을 내지 않아서 요즘 게임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비싼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은퇴자들이 여가를 보낼 만한 거리들이 많지 않구나라는 점과 장사를 하려면 역시 머리 수 많은 곳에 그물을 펼쳐야 한다는 것.

요즘 골프인구가 계속 늘고 있죠. 골프장도 많아졌구요. 전 세대 중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세대가 50~60대라는데 이 분들이 있는 한 골프장은 장사가 잘 될 겁니다.

하지만 자식 키워 결혼시키느라 그 정도 여유를 갖추지 못한 다수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무엇으로 여가를 보낼까요? 저희 큰매형도 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그 외의 당구 같은 취미활동이 필요한 거겠죠.

그래서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형이 젊었을 때, 또 2차 베이비부머인 제가 10대, 20대 때 무얼 하며 놀았는지. PC방의 등장과 함께 밀려났다가 여러 모로 적당해서 다시 찾게 된 당구처럼, 그때 넓게 퍼져 있던 아이템들이 다시 유행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몇 년 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탁구도 그 안에 포함될 거예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아이템입니다.

검색해 보니까 이런 뉴스도 있네요. 학교 주변에 당구장을 설치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924074300004?input=1195m 

그때 내가 뭐하고 놀았더라. 요즘 저는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데 가면 당구장이 들어 있는 건물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씩 훑곤 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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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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