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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LIVE 다이어리)'요요미 아저씨'가 전한 '문화의힘'

2019-09-27 22:28

조회수 : 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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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가 케이팝으로 강연을 한답니다."
"요요마가 케이팝을요?"
 
절반은 도망치고 절반은 살아남은 존스의 공연 날. <(LIVE다이어리)유령같던공연, '레드제플린' 존 폴 존스 참고>. '생존'에 성공한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그 날 우리의 토크 주제는 요요마였다.
 
요요마(64)는 미샤 마이스키, 로스트 로포비치와 함께 불리는 세계 3대 첼리스트.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장, 그래미 18관왕에 오른 클래식계의 거장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평생에 걸쳐 '경계'에 질문을던져 온 음악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부터는 세계 국경과 주요 도시를 찾아가는 '더바흐프로젝트(The Bach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그의 삶의 존재론적 고민에 닿아 있는 주제다. 교육, 기술, 환경 등 해당 국가의 문화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토론한다. '음악은 국경과 언어, 장르의 장벽을 넘는다'는 이야기에 삶이닿아있다. 케이팝 강연 역시 이런 그의 지론덕에 나온걸까. 9월 9일 답을 구하러 현장으로 갔다. 
 
요요마의 언변은 거의 첼로 연주 같았다. 유쾌하고 활달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느리고 빠른 템포를 오가며 그는 케이팝이 바꾸고 있는 문화 사회적 현상자체에 관심이 있어 했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2012년에 접한 뉴욕잡지 기사 때문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문화기술'이 신기했다고 했다. '이코노미퍼스트, 컬쳐넥스트'라는 말이 그 앞에선 뒤집혔다. '컬쳐퍼스트, 이코노미넥스트'의 새 시대. '강남스타일' 외에 아는 한국 노래라곤 없었지만 그 때부터 유심히 보게 됐다. 보다보니 케이팝과 바흐프로젝트에는 비슷한 '유전자'가 있어 보였다.
 
춤곡이 세상을 연결시키는 것. 300년차가 있을 뿐 결국 현상은 같은 것이다. 그는 바흐 춤곡이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와 남아프리카까지 건너갔다는 역사를 읊어가며 오늘날 케이팝을 비췄다. 세상을 풍부하게 하는 이들 '문화의 힘'이 같다는 말에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세상을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었다. 자신이외의 주변부를 항상 살피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추석이 한국 대명절임을 미리 숙지하고 와 선물이라며 연을 날리는 푸근한 삼촌같은 매력. 그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곳과 9.11테러희생자를 추모하는 곳에 달려가는이유들도 다르지 않다. 평화와 위로의 음악인 바흐의 무반주첼로곡을 그는 이 다다음날 DMZ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근처 대성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꿈꾸기'를 얘기했다. 클래식 음악만 고집하지 않고 타장르와 협업에 적극적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1998년 그는 월드뮤직 단체 '실크로드앙상블'을 설립했다. 클래식 악기에 세계 각국의 전통악기가 어우러진 팀이다. 동서양, 전통현대, 전혀 다른문화들을 뒤섞은 음악. 이날 강연장에서도 그는 첼로를 들고 전날 받아든 '호텔델루나'의 OST를 연주했다. 향후 케이팝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당연하다"고 응수했다.
 
진지할 때 빼고는 위트와 재치가 거의 예능인에 가까웠다. 스코틀랜드의 빠른 춤곡을 설명할 때 푸근한 동네아저씨 같은 춤을 곁들였다. "이 분안에 몇분이 계신지 모르겠다"는 사회자의 농담엔 "팔과 다린 두개, 머리는 하나입니다"로 응수했다.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습격한 이 날, 강연 후 무대에 올랐던 연사들과 늦점심을 했다. 그들 사이에선 이미 귀요미 발음과 흡사한 '요요미 아저씨(요요마와 귀요미를 합해 부른 말)'가 돼 있었다. 첼로 모음곡의 고즈넉한 인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
 
"거의 뭐 예능인이셨던 것 같아요. 강연도 거의 뭐 즉흥 연주처럼. 우리가 전날까지 준비하던 모든 구상들이 다흐트졌어요." "동그란 눈에 미간과 눈썹을 구부리는 익살로 상대를 10초만에 무장해제. 정말 태풍처럼 왔다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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