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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음원 ‘사재기’가 아닌, 음원차트 ‘조작’

2019-09-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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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원차트에는 발라드 음악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가 줄세우기에 성공했고, 펀치 ‘가끔 이러다’, 임재현 ‘조금 취했어’, 케이시 ‘가을밤 떠난 너’, 전상근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 황인욱 ‘포장마차’ 등이 모두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제가 이 노래들의 멜로디를 쉽사리 떠올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음악 산업 관계자로 살았음에도 말입니다.
 
지난해 초 장덕철이라는 그룹이 ‘그날처럼’이라는 노래로 음원차트 역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의 힘’이라는 수식어로 주목받았습니다. 인지도 없는 신인이 갑자기 차트 상위권에 올랐으니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장덕철을 시작으로 수많은 신예 뮤지션들의 노래가 비슷한 추이로 음원 차트를 점령했습니다. 이때 누리꾼들과 언론은 ‘음원 사재기’라는 의혹을 재기했습니다.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음원 차트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발라드 음악들이 강세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입니다.
 
처음 이 상황에 대해 누리꾼들은 ‘음원 사재기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노래들은 발라드 외에도 ‘마케팅’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페이스북 음악을 주제로 하는 파워 페이지들에서는 그들의 음악을 쉽사리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그 노래들이 대부분입니다.
 
노래 잘 하는 신인이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고음의 발라드를 발매하고, 페이스북 및 커뮤니티에 이와 관련된 마케팅 컨텐츠를 쏟아내는 것은 이제 가요계의 성공 공식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닙니다. 정말 노래가 좋아서 리스너가 이 노래들을 듣게 되는 것일지는 의문입니다. 음원차트는 이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노래가 아닌, 마케팅 잘한 노래만이 살아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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