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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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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입니다.
KBS, 과거의 명성에 젖은 꼰대가 되다

2019-09-25 17:44

조회수 :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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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초대’, ‘1박2일’, ‘개그콘서트’, ‘쟁반노래방’, ‘가족오락관’, ‘공포의 쿵쿵따’, ‘스타골든벨…. 여가 시간 동안 TV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 프로그램들이 어떤 것인지 모를 수 없을 겁니다. 살면서 한 번쯤 보고 배를 잡고 웃었을 추억의 예능 프로그램들이죠. 특히 ‘개그콘서트’가 방송되는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찾아오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개그콘서트’에 나왔던 개그를 다시 한 번 흉내내면서 그 여운을 즐기곤 했죠. ‘1박2일’은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라는 예능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쟁반노래방’과 ‘스타골든벨’. ‘가족오락관’은 각종 타 방송사에서도 예능 소스로 사용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KBS2 '1박2일'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이들은 모두 KBS 예능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KBS는 공영방송국으로서 국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위 프로그램을 도맡았던 초대 PD들은 대부분 현직 자리를 떠나거나, 다른 방송국으로 떠난 상황입니다. 먼저 ‘위험한 초대’, ‘쟁반노래방’, ‘가족오락관’, ‘공포의 쿵쿵따’, ‘스타골든벨’은 추억 속의 프로그램으로 사라졌고, ‘1박2일’ 이명한, 나영석, 유호진 PD는 현재 CJ E&M으로 이적했으며, ‘개그콘서트’와 ‘해피투게더’는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 외에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프로그램들은, 전부 사라졌죠.
KBS 로고
왜 이런 현상이 됐을까요? 방송가 관계자들이 은밀하게 전한 정보에 따르면, KBS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젊은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합니다. 속된 말로 ‘꼰대’가 되어버린 것이죠. 예전의 명성에 스스로 취한 나머지, 더 이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본인들만의 방식이 옳은 것이라고 굳게 믿어버린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KBS의 이런 ‘꼰대’ 현상은 추석 특집 방송 라인업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리얼리티, 아이돌, 유명 스타들을 라인업으로 세우는 SBS나 MBC와 달리 KBS는 ‘차도 삼국지’, ‘살다보면 그곳이 그립다’, ‘KBS스페셜’,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 등 다큐멘터리에 주로 힘을 썼습니다. 그나마 온가족이 볼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추석장사 씨름대회’,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 ‘외국인 도전골든벨’이다. 위에 언급된 프로그램들은 전부 KBS1에서 방영됐다. 그렇다면 KBS2에서는 어떤 걸 했을까요? ‘닥터 스트레인지’, ‘공작’, ‘뺑반’, ‘성난황소’ 등 상업영화로 대부분을 채웠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추석 당일 많은 사람들은 MBC에서 방영되는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SBS에서 방송된 ‘신동엽 VS 김상중 – 술이 더 해로운가, 담배가 더 해로운가’를 선택했습니다.
KBS는 이제 2049 세대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게 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KBS에 근무했던 전 직원 A씨는 “KBS는 이제 직원들에게 ‘오래 일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적당히 연차 채우다가 옮기는 곳’이 됐다”고 합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KBS 임원들은 자신들이 현역 때 만들던 주먹구구식 감성에 젖어 있어, 젊은 PD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새로운 느낌의 프로그램은 점점 사라지고, 과거에 있었던 플랫폼을 재탕하는 형식의 프로그램만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죠.
A씨 또한 KBS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없음에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또 소위 말하는 ‘열정페이’ 또한 흔하게 봤다고 하는데,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에 퇴근하는 날에는 ‘데이크림’을 발라야 하는지 ‘나이트크림’을 발라야 하는지 헷갈려 자괴감에 든 적이 있다”며 허탈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의 입장은 정말이지, 참담했습니다. 방송계에 몸을 담는 사람들 대부분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KBS의 근무 환경은 정말 최악 중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고, 그저 본인들의 방식대로 밀어붙이는 KBS의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머지 않아 KBS의 명성은 완전히 잃어버릴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기준 KBS 직원 61%가 연봉 1억 이상이지만, 정작 KBS는 상반기에만 3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하지만 KBS는 내부의 손실을 ‘수신료 상승’으로 메꾸려는 상술을 보이고 있고, 이제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분개하고 있습니다. KBS, 이제는 정말 각성하고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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