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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선택적 분노, 다 합의했잖아요

2019-09-24 16:03

조회수 :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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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조국 사태 이슈화. 이번 사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뜨겁지만, 조국에게 반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후보 내정 이후부터 지속된 대학가 시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학가의 분노가 20대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이유로 조명이 많이 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적절한 분노가 아니라며 비난하는 흐름이 있어왔습니다.

후자의 경우, 많이 이야기된 것 중의 하나는 '선택적 분노'입니다. 조국 말고 다른 것에는 분노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조국도 서울대고, 나경원도 서울대인데 나경원의 특혜에 대해서는 왜 촛불을 들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대표적입니다.
 
선택적 분노를 질타한다는 목소리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기도 합니다. 서울대 청소부 사망 사건의 해결에 노력한 서울대 총학생회에게 청소부에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하는가 하면, 연세대 총학생회에게 류석춘 사태에 입을 다문다고 합니다. 정작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8월 마지막 주 광복회가 연 독립운동선열추모제전에서 결의문까지 낭독했을 정도로 일본 관련 사안에 무관심하지 않은데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점은 국내 사회는 이미 '선택적'이라는 게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얼마전 일정 부분 합의를 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중립, 중도 같은 가치를 유난히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선택적'이라는 단어는 좋은 인상을 주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면, 개고기 반대 운동을 하면서 다른 고기는 먹는다고 하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며 공격당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선택적'에 대한 이같은 비호감은 일본의 경제 침략에 의해 균열이 생겼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처음 벌어졌을 때,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카메라는 전부 일제 쓰는데?", "일본 부품 들어간 완제품을 다 불매하지 못하지 않느냐", "일본 기업 지분이 들어간 회사를 다 불매하지도 못하면서", "일본 제품을 전부 불매할 수 없으니, 불매 운동은 헛되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비판은 잘 제기되지 않게 됩니다. 자기 형편에 따라,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불매 범위대로 실천하면 된다는 논리가 자리잡은 것이죠.

부차적으로는 불매운동의 주체로 기본적으로 민간을 선택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됩니다. 노 재팬 깃발 사건에서 서양호 중구청장은 "왜 의병은 되고 관군은 안되냐", "왜 구청은 안되느냐"고 반대 의견의 이중성을 지적하려했지만 결국 깃발을 내리고 맙니다. 관은 명분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나서지 말라는 논리가 먹힌 겁니다.

그러니까 형편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사안에 따라서는 '선택적'이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논리가 일정 부분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단순히 선택적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하기에는 다소 먼 길을 온 거 같습니다.

만약 대학가 시위를 비판하고 싶으면, 선택적 분노라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어떤 선택적 분노라서 비판하는지 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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