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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금융위원장의 행간 읽기

2019-09-24 13:52

조회수 : 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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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의 행간을 읽느라 기자들이 바쁩니다. 말 주변이 없어 그렇다는게 아니라 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전임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기다 아니다' 핵심만 답변하거나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것과 다릅니다. 행사가 끝나고 자리를 파하다가도, 취재진이 붙지 않으면 '기자들 어딨냐'며 먼저 찾기도 한답니다.
 
그렇다고 핵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식으로 얘기가 끝난다면 '싱거운 사람' 소리를 듣겠지만, 발언에는 본인이 말하려고 하는 핵심이 보입니다. 다소 갈등 소지가 있는 발언이나, 뒷얘기가 나올 수 있는 얘기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이 한 질문에 원고지가 여러장 나오더라도 행간을 잘 읽어봐야 합니다.
 
어제(23일) 은성수 위원장에게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은행에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옳으냐의 논쟁이 일었기 때문이딥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예상했지만, 금감원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은성수 발언 전문) "어떤 분은 금지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금감원 발로 얘기하는 것 같고, 금융위는 금융산업을 부양하니까 좀 유연하지 않냐 시각차가 있다고 하는데, 시각차는 누구나 다 있다. 부자지간, 부부도 있다. 시각차는 나쁜 건 같지 않다."
 
"다만 우리(금융위원회)가 생각하는 것은 금지하는 것은 쉽다. 밖에 나가지 마라면 사고는 안난다. 그게 바람직한가.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밖에 나가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다른...(입장이다) 금감원만 꼭 전문가는 아니니까, 금융소비자원도 있으니까 협의하겠다"
 
"구명조끼 입고 수영하는게 좋은건지, 아예 상어가 있으니까 수영 금지할 것인지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해야겠다. 시각차가 있다고 하지 말고, 여러가지 시각차가 있다."

"금감원의 이야기도 틀리지 않다. 무슨 산업을 촉진시켜서 그런 건 아니고, 그 양반들이 그 위험한데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겠나. 금리라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다는 취지에서 한 거 아닌가. 그런 수요를 증권회사가 하면 된다고 하는데, 증권회사는 또 지점이 많지 않으니까, 그분들의 접근성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건지, 또 수영을 금지시키는게 좋은건지 논의해서 검토하겠다"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금지한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정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은행서 판매금지 검토
 
은 위원장 발언을 미뤄보면 판매 금지보도는 금융위 정책방향은 아닌 듯 합니다. 금감원발로 보여집니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 건물을 찾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회동을 가졌습니다.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찾은 것은 4년6개월여만으로, 그간 두기관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두 기관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의 태생적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은성수(왼쪽)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을 방문, 윤석헌 금감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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