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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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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류승범, 이 배우가 사는 법

2019-09-04 11:00

조회수 :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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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 한때는 반항아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었던 배우였습니다. 그의 연기 데뷔 순간은 지금도 영화계에선 술자리 안주 혹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의 형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게 된 영화에 양아치캐릭터가 한 명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 없는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에 연출자로서 생각하는 딱 맞는 이미지의 배우가 쉽게 나타날리 만무했겠죠. 그렇게 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류 감독의 눈에 진짜 양아치한 명이 딱 들어왔다고 합니다.
 
집에 들어갔는데 방에서 대자로 뻗어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던 양아치 한 명. 바로 자신의 친동생 류승범이었습니다. 그렇게 류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독립영화에 류승범을 캐스팅해 배우로 데뷔를 시킵니다. 물론 그 영화는 독립 영화 사상 기록적인 흥행과 화제를 낳았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습니다.
 
이후 류승범의 행보는 폭풍 질주를 합니다. 숱한 화제작을 형인 류승완 감독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그는 류 감독에겐 승범이란 이름보다 상완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류 감독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한 캐릭터의 이름입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 필모그래피만 무려 39편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여러 작품을 소화하면서 그는 점차 배우가 돼 갔고, 또 예술인의 풍모로 변모해 갔습니다. 여러 작품을 하고 개봉 전 인터뷰를 할 때마다 류승범과 자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 류승범이 변화를 스스로 필요로 한 시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최근의 모습과 행보를 보면 기인의 풍모가 다분하지만 그런 시점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수상한 고객들부터였다고 전 느꼈습니다. 당시 영화 개봉 후 그는 해당 영화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습니다.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뒷얘기를 들어보면 시나리오와 결과물이 상당히 다르고 자신이 생각했던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달랐기에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때 그의 태도는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에게 류승범에 대한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좋게 말하면 연기적 자존심에 대한 증명이자 과도한 욕심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가 다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러 영화를 거친 뒤 2014년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입니다. 당시 그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유학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학이 아니라 사실상 거주지를 옮긴 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화 출연 이후 인터뷰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비우고 있는 중이다라며 자신의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돈도 많이 벌었던 스타급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있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캐리어 두 개 분량의 개인 소지품이 전부였습니다. 그는 현재 목표는 두 개의 캐리어를 하나로 줄이는 것이라며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두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언가 색깔 자체가, 본질 자체가 달리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타짜3’에 주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긴머리에 예술가적 풍모를 한 껏 풍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전 영화 베를린이후 류승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도 류 감독은 동생의 근황에 대해 나도 잘 모른다. 정말 바람 같은 녀석이 됐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이 말은 최근 타짜3’를 연출한 권오광 감독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영화에서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는 유령 혹은 바람이라고 설정했습니다. 권 감독은 저와의 인터뷰에서 “’애꾸는 유령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그릴 사람은 류승범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류승범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배달(?)일로 소일거리를 하고 지낸다는 소식을 접한 지 며칠 뒤 인도네시아에 있단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직접 갔다고 합니다. 정말 외진 곳 공항에 내려 차로 이동해 약속 장소에 가자 긴 머리에 선글라스 낡은 반발과 반바지 가장 압권은 맨발로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는 류승범의 모습에 쾌재를 불렀단 권 감독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애꾸가 눈앞에 그대로 있었다고.
 
류승범은 권 감독에게 오토바이 한 대를 권한 뒤 각자 운전을 해서 더욱 외진 곳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정말 멋들어진 석양을 배경으로 맥주 한 잔을 놓고 몇 시간을 영화 얘기만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바람처럼 국내에 입국해 영화를 찍고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고 합니다.
 
권 감독에 따르면 류승범은 현재 프랑스 쪽에서 기획 중인 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도 않았고 밝힐 수도 없다고 합니다. 류승범과의 약속이라고 하네요.
 
권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그 멋진 배우와 꼭 다시 한 번 영화를 작업해 보고 싶다. 정말 다양한 그림을 그 배우를 도구로 그려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비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지금도 비우고 있을 이 배우의 다음 행보가 정말 기다려지고 또 기대가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류승범의 다분히 멋진 행보입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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