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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저물가의역습)사상 첫 0% 물가·성장률 약화 '경고등'…고개 드는 D의 공포

GDP디플레이터도 3개분기째 마이너스…2분기 성장률 1% 턱걸이

2019-09-0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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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가 현실화되며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될 조짐이다. 소비자물가 뿐만 아니라 물가GDP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대를 간신히 턱걸이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오지만, 최근 활기를 잃은 우리 경제 여건을 따졌을 때 저성장·저물가의 덫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8월 104.85를 기록한 데서 0.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상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째 0%대를 유지한 것도 2015년 2~11월(10개월 연속) 이후 최장기간이다. 같은날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7월 속보치(1.1%)보다 0.1%포인트 낮아진 1.0%였다.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GDP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0.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인 방향을 가리키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까지 악화돼 경기가 더 얼어붙을 위험이 있어 재빠른 진화에 나선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진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상 처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소비자물가가 한 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고 하긴 어렵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족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추세가 수개월 계속되면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물가가 향후 2~3개월 더 지속된다면 명백한 디플레이션 추세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거시·미시 처방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아닌데도 물가가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디플레이션에 속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외에도 GDP물가까지 3분기째 마이너스를 보인 데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정부가 자꾸 이런 상황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0%대 저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된 것을 두고 '준디플레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0%대 저물가가 상당기간 나타나는 현상을 준디플레이션으로 개념화하기도 한다"며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상호 작용해 준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올해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라면서 과거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앞으로의 성장률 전망까지 부정적인 상황이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고등이 전방위적으로 켜진 모양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잠정치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탓에 한은의 올해 전망치(2.2%)를 달성하기까지는 더 쉽지 않아졌다. 이 전망에 도달하려면 오는 3·4분기에 각각 0.9∼1.0%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의 경기 부진이 통상전쟁과 같은 대외 리스크에 달린 측면이 있어 정부가 손을 쓸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개 없다"며 "사실상 재정 정도가 있겠는데, 미리 모든 실탄을 다 써버리면 나중에 경기 상황이 더 안좋을 때 곤란해진다.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렇다 할 단기 수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효율적인 쓰임새를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식 교수는 "올해는 이미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했기 때문에 추가로 재정 정책을 펼치기는 힘들고, 유류세, 소비세 등 세금을 내려주는 정도를 남은 카드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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