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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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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중기 가전 등을 취재합니다.
(박창기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블록체인)'공유지의 비극'과 암호화폐 거버넌스

2019-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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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민간화폐로 진화하고 있는 암호화폐가 해결해야 할 핵심에 '탈중앙화 조직의 거버넌스 문제'가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인플레이션과 버블을 상시적으로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암시한 바 있다. 블록체인 컴퓨터 시스템을 운용하는 자에게 일정한 화폐를 발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들은 '탈중앙화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암호화폐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아직은 '부익부 빈익빈' 문제와 '거버넌스의 중앙집중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거버넌스'라고 한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어원은 라틴말로 Kubernetes로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수'를 의미한다. 배에 탄 수많은 사람이 의견이 달라도 조타수가 배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에서 말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거버넌스다. 정부(Government)와 행정이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나왔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부족사회의 끊임없는 사적 보복을 막는 장치로 봉건국가가 탄생해 영주에게 권한을 집중시켰다. 봉건 영주 사이의 끊임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 통일 국가가 탄생한다. 왕조 국가는 왕과 소수 인사가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겼다. 인류의 역사는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정이다. 근대 이후 국민국가는 3권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찾아 나가는 민주적 거버넌스 제도로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줬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이후 주류 경제학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면 시장메커니즘이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명제를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나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즉 '공공재(Public goods)는 이기적 개인이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경향이 있어 훼손되기 쉽다'는 명제다.
 
국가의 거버넌스는 공공재다. 국방, 행정, 납세, 교육, 투표, 치안, 위생 같은 공공재가 잘 작동하는 미국과 한국은 번영했으며, 이들 국가는 그렇지 못한 멕시코나 북한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민의 번영과 평화는 공공재의 거버넌스에 달려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Mancur Olsen)은 그의 저서 <집단행동의 원리>와 <국가의 흥망성쇠>에서 공공재의 생성 원리와 진화 메커니즘을 이론화 하여 큰 교훈을 주었다.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는 공유재의 거버넌스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국제적인 공공재를 목표로 하는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하면서 합리적인 집단의사결정을 하는 거버넌스의 설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올슨과 오스트롬의 이론을 응용해 개방형 암호화폐의 탈 중앙화 거버넌스를 설계하는데 중요한 원칙 몇 개를 말해 보자면,
 
(1)참여자들이 공정한 투표를 통해서 규칙을 정하고 진화시킨다. 
(2)자발적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경제적 유인책(Economic incentive)이 있어야 한다.
(3)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문제 발생이 쉽게 탐지 돼야 한다.
(4)규칙을 어기는 자에게 가해지는 벌칙이 명쾌해야 한다.
(5)분쟁이 발생할 경우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6)소프트웨어 제작이나 투표행위, 마케팅 같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사람에게 적절히 보상하는 예산확보와 집행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 계열의 작업증명방식(PoW, Proof of Work)은 많은 컴퓨터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여 느리고 비싼 단점이 있으며 기술변화에 따른 적응과 진화가 어렵게 설계돼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개발돼 주류로 자리잡은 지분증명방식(PoS, Proof of Stake)은 지분을 많이 가진 자가 장부를 확정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대다수 암호화폐들은 아직 탈중앙화와 동시에 확장성을 달성하는 거버넌스에 취약하다.
 
이오에스(EOS)는 소수의 중국인이 21개 노드의 권한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Libra)는 주커버그와 소수의 미국 대기업의 경영진이 컨트롤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수가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진화 친화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구현이 암호화폐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ckfrpark@gmail.com)
 
  •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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