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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장군" "멍군" 한일관계 시계 제로

일왕 즉위식 계기 관계회복 물건너간듯…막후대화 여지는 남아

2019-08-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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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한일 관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독도방어훈련에 나선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는 28일 백색국가 한국 제외 조치를 본격 시행한다. 한일 관계 균열이 예상보다 크게 벌어지면서 필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메시지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기자들을 만나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관련 "국가 간 신뢰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지금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28일 예정된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각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당초에는 시행까지 3주의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 대화여부에 따라 타협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우리 측은 그 사이 대화노력을 지속했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8월 초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측 총리실 고위급을 통해 협의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으며 심지어 15일 광복절에도 우리 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측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배되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내달 중 예정된 아베 정부 개각과 집권당 직제 개편, 10월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등을 계기로 관계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당초 예측도 기대하기 어렵운 상황에 놓였다.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서는 그 전에 양국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28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규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다. 다만 일본 기업은 물론 국내 여론 악화 가능성, 국제적인 시선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이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반론도 있다.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 관련 특별회계 신설 등을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일본의 추가조치에 대비 중이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한일갈등이 안보이슈로 옮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 한반도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 오로지 일본에 대한 원칙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응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메시지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 간 막후대화를 점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보복적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가 회복될 경우에는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조치들은 다시 재검토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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