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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현장에서)'애국 마케팅'의 빛과 그림자

2019-08-08 14:34

조회수 :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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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세요, 드릴게요.’
 
국내 한 화장품 업체가 일본 불매운동 인증 시 신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을 인증하는 이미지 등을 보내면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국산 제품의 사용을 권유하겠다는 취지는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되자 유통업계에선 애국 마케팅을 앞 다퉈 시행하고 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대체재로 부상한 신성통상 '탑텐'은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국산 판매 장려를 위해 오비맥주와 협업으로 '카스 태극기 패키지' 제품을 한정 판매한다. 이외에도 BYC와 쌍방울 등 국내 속옷업체들은 토종 브랜드를 강조하며 하반기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등 국산제품 애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국내 기업에게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일본 제품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제품을 고객에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감성만으로 호소해서는 안 된다. 일본 브랜드들이 짧은 시간 내에 국내 유통 시장을 점유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실을 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해야만 마케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는 그동안 우수한 제품력과 가성비를 장점으로 내세워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국내 브랜드에 보지 못했던 대형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군을 제시했고, 신제품 출시 주기를 짧게 둬 트렌드를 선도했다. 또한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폭 넓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 사용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유니클로가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해 강점을 부각했던 만큼, 국내 유통업체들도 자사 브랜드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애국 마케팅을 일차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장기적인 성장 플랜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에 신뢰를 제고하지 못하면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애국 마케팅이 그림자가 아닌 빛이 되는 기회가 되도록,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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