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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chahn@etomato.com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암호화폐 범죄, 법적 대응시 유의사항은?

최근 2년간 피해액 2조7천억 육박…"홍보글 캡처 등 증거확보 필요"

20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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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최근 2년간 암호화폐 범죄 건수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165건, 피해액은 2조69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면 위에 올라오지 않은 사건들을 고려하면, 실제 범죄 건수는 훨씬 많고 피해액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암호화폐 범죄가 지난 몇 년을 휩쓸고 지나갔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거래소를 중심으로 각종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사기와 다단계, 유사수신, 외국환거래법 위반(불법 환치기) 등 범죄 유형도 다양하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에 대해서 고수익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방식으로 수천억원을 편취한 사례부터,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가 상장돼 상용화될 것처럼 속여 투자 받는 사례, 수백억원을 허위 충천한 뒤 고객들로부터 암호화폐를 매수해 다른 거래소로 빼돌리는 사례 등 범죄 수법이나 방식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현재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없거나 미흡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범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배상 받기는 어렵다. 정책적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거나, 암호화폐를 발행, 유통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사기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실제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에는 각종 정보들을 제대로 공시해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이런  조치가 거의 취해지지 않고 있다(사실 자율규제 외에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사후적으로 언론에 피해사실을 공표하고,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거나 형사 고소를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마음만 앞서거나 면밀한 검토 없이 행동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감정적인 대응이 오히려 역풍 일으켜"
 
원칙적으로 피해 사실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 고소를 하는 일, 언론에 공표하거나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일 자체가 협박에 해당하거나 업무방해, 무고 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수단과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래소 등 상대측에 대한 협박이나 업무방해 등이 성립될 수 있다. 예컨대 거래소 운영진에게 합의 자리에서 피해 회복을 해주지 않으면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식의 언행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경우 협박, 폭행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집단으로 거래소를 찾아가 항의하거나 피켓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암호화폐 관련 범죄의 경우 불특정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아무런 신고 없이 시위를 할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집시법에 따르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등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하지 않고 시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집시법 제22조 제2항). 물론 1인 시위는 집시법에서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꼭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제주지방법원 2006.4.13. 선고 2005고정234 판결, 울산지방법원 2008.6.10. 선고 2008고정204 판결). 다만 1인 시위라 하더라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에 해당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4.11.25. 선고 2004도6408 판결).
 
자신의 모친이 피해자의 병원에서 주사를 맞다 죽었으니 살인병원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이같은 내용을 적은 베니어판을 목에 걸고 시위를 벌려 피해자의 경영 업무를 방해하고 동시에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유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 모욕적 언사를 하는 방식은 1인 시위라 하더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피해 입은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거나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일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거래소 등 상대측에 대한 비방 내용이나 욕설, 모욕적인 언사가 포함되는 경우 명예훼손 또는 모욕이 문제될 수 있고, 만약 허위사실이 포함됐으면 명예훼손 외 업무방해도 문제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섣부른 대응 자제, 증거 확보에 주력"
 
시위나 언론 공표 등의 대응방법이 효과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섣불리 대응할 경우 상대방이 협박, 업무방해, 무고 등으로 맞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피해를 보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강력 대응을 할 것은 아니고 그동안 확보한 자료들과 거래소 등 상대측의 태도 등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법적 대응과정에서 문제될 소지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에는 우선 관련 자료나 증거를 구비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송에서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코인을 구매하기 앞서 투자나 구매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 거래소 홍보내용(공지사항, 홍보 블로그 등)을 캡처해두고, 거래소 운영진이 보장하거나 장담한 사항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증거(카카오톡 및 텔레그램방 캡처, 통화 녹음 등)를 확보해둬야 한다.
 
암호화폐 범죄에 대응할 때 보유 자료를 검토해 피해 회복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절차를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일보다 공지사항 또는 카톡방 캡처 등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민사상 가압류, 형사 고소를 준비하는 일이 효율적이고 타당할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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