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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중국 항공사 유럽노선 저가 공세에 국내사 '울상'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항공권 최대 2배 저렴

2019-07-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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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항공사들이 성수기 유럽 노선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서 8월 유럽 노선 항공권을 조회한 결과 중국 국적 항공사들과 국내 항공사 티켓 가격이 20~30%에서 많게는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4일 출발 13일 귀국 인천~로마 노선의 경우 경유지를 거치는 중국동방항공의 왕복항공권은 약 107만원인데 대한항공은 직항 항공권을 약 159만원에, 아시아나항공은 130만원에 판매했다.
 
같은 기간 인천~파리 노선도 중국 국적 항공사의 왕복항공권 가격은 95만원부터 시작하는데 대한항공은 161만원에 직항 항공권을 팔았다. 중국 항공사들처럼 1회 이상 경유하는 외국 국적 항공기의 경우 러시아항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만원 이상부터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중국 항공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항공사들의 유럽 노선 저가 공세에 국내사들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남방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국 항공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2018년 기준 약 129억위안(한화 약 2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보조금 규모는 이전 해에 비해 축소된 적이 없기 때문에 올해 보조금 역시 이를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영업이익 합계인 8700억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보조금을 통한 중국 항공사들의 거센 저가 공세에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제선 여행객은 230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는데 이중 유럽 노선은 11.1% 증가세를 보이며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국제선 점유율은 1.5% 감소했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외국 항공사들의 공세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에도 국제선 승객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2.5% 떨어졌다. 이 기간 외항사 점유율은 0.9% 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3년 55%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39%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보조금으로 저가 전략을 펼쳐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중국 항공기에 대한 탑승객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여행자 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중국국제항공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점으로 지연 출발, 수화물 분실 등을 겪은 승객들의 불만이 잇달았다. 또 다른 중국 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도 별점 3점을 기록했다. 중국남방항공은 중국 항공사 중 가장 높은 3.5점을 받았지만 대한항공 4.5점, 아시아나는 4점보다는 낮았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적기의 경우 보조금을 통해 싼 항공권을 풀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요 감소로 국내 항공사들의 노선이 줄어든다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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