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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피플)"주주활동 성패는 중장기적으로 판단해야"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

2019-07-17 06:00

조회수 :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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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주주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진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지난해부터 KCGI(강성부펀드)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KB자산운용은 에스엠에 주주서한을 보냈고, 에스엠이 다시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송민경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을 만나 주주활동의 변화와 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송 센터장은 주주활동의 결과는 한두 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가 별도의 형태로 독립한다 해도 관치 우려를 벗을 수 없다는 의견도 밝혔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이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2회 스튜어드십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간단한 자기소개와 기업지배구조원에서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지배구조 분야로 박사 논문을 썼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추였던 기업경제가 무너진 것이 IMF외환위기 사태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특히 기업들의 부실한 지배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의 관심을 갖게 됐다. 

IMF 요구에 따라 세워진 곳이 바로 기업지배구조원이다. 원래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로 만들어졌다가 2010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을 사원기관으로 두고 운영되고 있다. 2010년에 이곳으로 오게 됐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된 연구와 대외활동 기관투자자 지원 활동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계기로 국내에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우선 개념부터 다시 정의해야겠다. 일반적으로 주주행동주의라고 하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다소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최근 국내의 기관투자자 활동은 이전에 통용되던 주주행동주의로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활동이 활발해졌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강성부펀드(KCGI)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KCGI가 패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활동의 성패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비리 임원 교체, 배당의 현실화 요구 등 주주활동에는 다양한 목표가 있다. 우호세력이 나타나서 경영진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서 이것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임원이 유지되더라도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이 나타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기업이 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두 가지 사건을 가지고 주주가 목소리를 내는 것의 성패를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시 말해 주주활동은 단기적으로 하나의 시금석이 될 만한 사건과 그것의 결과로 판단할 수 없다. 주주의 활동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경영 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 3년이나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자, 경영계에서는 기업활동을 해친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주주권 행사가 곧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실패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플로리다연금, 캐나다연금 같은 해외 주요 연기금도 반대의사를 표명한데다 특별결의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안건이었던 영향도 있었다. 우연한 요소들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을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
 
-주주권행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등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나타났다고 치자. 대표이사 교체 여부가 논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주주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한다면 회사는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경영전략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존에는 경영활동으로 돈만 벌면 끝이었는데, 사회적으로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가 일어나면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교훈이 생길 것이다. 사회에서 수용될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짜는 식으로 경영방식과 전략이 바뀔 것이다. 

미국에 '프록시 엑세스(Proxy Access, 위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있다. 주주가 이사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제도다. 위임장에 주주가 접근해 지지하는 이사후보 이름을 넣어 주주가 직접 추천한다는 뜻이다.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이 규정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록시 엑세스를 도입한 후 주주들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가 미국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조직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내용을 소개한다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 등의 형태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사로 분리해도 여전히 정부로부터의 독립에 관한 우려는 남기에 이런 대안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현재 구조로는 관치 우려를 벗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수탁자책임실에서 주주활동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과 지침에 따라서 일정한 주주활동을 기금운용본부 내의 투자위원회와 수탁자책임실에 위임하는 방식을 구상해볼 수 있다.
 
-최근에 KB자산운용이 에스엠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기관의 주주권 행사가 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해외 기관들은 국내 기업들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해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우려를 나타냈던 것이 사실이다. 주요기업들이 오너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설계돼 독단적인 결정이 많았고 소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에 관해 주주들이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신뢰가 쌓이고, 이것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주주와 기업의 소통 강화는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1년을 평가한다면.

IMF외환위기 시절부터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법과 규제를 만들었다. 투명경영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효과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기관도 변하고 규칙 개선도 있었지만, 기업과 기관투자자 등 핵심 플레이어의 동기와 역할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또 일부 대기업이 계열사 차원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주주가 변하자 기업들도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규정 변화 없이도 기업들이 달라지는 토양이 조성된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시 주주활동 여부도 반영한다면 운용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5%룰이 개선된다면 주주활동 제약요인도 상당부분 제거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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