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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시론)스타트업 분야에도 Again 1999가 일어날 수 있을까

2019-07-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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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 대표 팀이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이래 36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의 어린 선수들이 역대 최고 성적을 내어 앞으로 있을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하니 즐거워진다. 이번 대회 수훈갑인 18살 이강인이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받은 골든볼은 마라도나, 메시가 받은 상이라니 큰 활약이 기대된다. 축구처럼 우리나라의 젊은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진출을 하고 전 세계시장을 누비고 다니며 이강인 같은 스타트업 스타들이 나오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사실 1983년 멕시코 4강은 너무 오래 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80년 대에 한국 축구는 아시아 권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예선에서 번번히 떨어졌는데, 갑자기 세계 본선 무대에서 잘 한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쳐가며 축구를 보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은 라디오 중계로 학교에서 들었는데 선취골을 넣었을 때 학교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나중에 브라질에 1-2로 아쉽게 패했지만 우리나라 축구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 때 해외 언론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을 '붉은 악마'로 불렀고 박종환 감독과 선수들의 투혼을 칭찬했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1983년의 영광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재현되었다. 붉은 악마 응원단이 전국 길거리 응원에 나섰고 한국 국가대표가 세계적 강호들을 격파하며 4강에 오르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축구 대표 선수들은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TV 전파를 통해서도 축구 예능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최근 보도를 보니 이강인은 7살의 나이로 어린이 축구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 팀의 감독은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였던 유상철이었다고 하니 2019년 U-20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준우승의 쾌거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싶다. 
 
얼마 전 여수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정부 기관,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엔젤 투자자, 대기업, 대학창업기관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여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매년 참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규모가 더욱 커져 200~300 명이 참석했다.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동향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국내 창업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채로운 세션을 통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점은 행사 참여자들이 2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고, 특히 다수의 벤처 1세대 사업가들이 참여한 점이었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던 시절 신사업 창업과 벤처 붐을 이끈 1세대들은,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창업자들을 육성하고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신사업과 관련된 정부 규제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대학에서 스타트업 교육과 창업자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와 같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 마련된 듯 했다. 
 
1990년대 코스닥 시장이 열리고 1세대 벤처 붐이 절정에 달하던 1999년,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서 국내에서 소셜 네트워크 싸이월드가 서비스가 시작됐고 새롬 다이얼패드는 미국에서 처음 서비스 됐다. 20년이 지나 전세계 최첨단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두 회사는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 분야의 신인들뿐 아니라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들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보며 지난 20년 간 벤처 불모지에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탄탄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세계적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5세대 통신 5G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기 시작됐다. 5G 환경에서의 신사업 기획은 스타트업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신사업 스타트업들이 출현한다면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세계적인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1983년, 2002년의 축구 신화가 2019년의 역사를 만들었던 것처럼, 1999년의 벤처 붐의 신화가 2019년의 스타트업 역사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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