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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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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단어 하나로 흥행? 뭇매?...영화 속 번역의 묘미

2019-07-08 16:02

조회수 :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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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영화 속 말 맛도 스토리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외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번역으로 뭇매를 맞는 영화도 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번역으로 재미를 더하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최근 개봉해 다시 한 번 마블 열풍을 몰고 온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에는 괴상망측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피터 찌리릿’.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주인공 피터 파커는 이 말에 몸서리를 치면서 하지 말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우선 이 단어는 스파이더 센서를 뜻합니다. 원작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갖고 있는 일종의 위험 감지 기능입니다. 주변에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면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모습이 스파이더맨시리즈에서 등장한 바 있습니다.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시리즈가 아니라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콰이어 주연의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등장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에선 메이 숙모와 해피로건의 입을 통해 두 번 피터 팅클’(peter tingle)이란대사가 나옵니다. 영문 번역 그대로하면 얼얼하다정도인데, 영화에선 찌리릿으로 번역됐습니다. 이 영화의 번역은 데드풀번역으로 이른바 악빤 번역가로 유명해진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습니다. 이 단어는 사실 코믹스 원작에도 등장하는 단어이기에 영화 제작 관계자가 만들어 낸 단어도 아니니 원작 훼손이나 재미를 위한 투입도 아닙니다.
 
이런 번역의 묘미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기생충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했지만 수상 가능성은 제로다면서 외국인들이 이해 못할 정서와 설정 단어가 너무 많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전 세계가 다 아는 황금종려상 수상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번역은 미국인으로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영화 저널리스트 달시 파켓이 맡았습니다. 그는 영화 속 등장하는 단어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단어가 몇 가지 있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짜파구리입니다.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는 ‘Ramdong’으로 등장합니다. 라면(Ramen)과 우동(Udong)의 합성어 입니다. 달시 파켓을 가장 곤욕스럽게 만든 단어는 기생충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되는 수석입니다. 영화에선 랜드스케이프 스톤’(landscape stone)으로 번역됐습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입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공간인 반지하는 세미 베이스먼트’(semi basement)가 됐습니다. 이들 세 단어는 기생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칸 영화제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합니다. 이 단어 번역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은 분명하단 게 당시 현지에서 분위기를 목격한 영화 관계자들의 일관된 전언입니다.
 
물론 단어 번역 하나로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습니다. 완벽한 오역입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엔드게임’(end game)가망이 없다라고 한 점입니다. 물론 이 단어는 최종 단계를 의미합니다. 당시 이 영화를 번역한 박지훈 번역가의 의도대로 하면 내용 자체의 흐름이 완벽하게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타임 스톤을 넘기면서 아이언맨에게 가망이 없다라고 한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겠단 뜻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제 최종 단계라고 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는 타이탄 행성에서 타노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타임 스톤을 이용해 미래로 가서 100만 가지가 넘는 경우의 수를 모두 경험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다라고 확언했습니다. 이 대사가 내용의 전제라면 번역 자체가 완벽한 오역이 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이후 영화팬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단어 하나로 영화 자체의 흥미와 재미가 결정되는 요즘입니다. 한 감독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영화, 정말 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영화팬들의 안목과 시각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단 점을 빗대어 말한 것입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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