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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chahn@etomato.com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암호화폐 사기, 이렇게 대처하자

민사 손해배상 소송, 형사고소·고발, 가압류 등 보전처분 등

2019-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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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정부 방치 속 늘어나는 거래소
 
암호화폐발행(ICO) 전면 금지 방침과 자금세탁방지(AML)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여러 대책에도 불구, 지난 1년간 암호화폐 거래소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채굴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여러 중소형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지난 5월 업계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그 수가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방치 속에 특별한 인가나 등록 없이 고객의 자산을 수탁, 관리하는 거래소가 난립하다보니 여러 사건과 범죄들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중소 거래소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을 유인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은행 계좌를 확보한 일부 대형 거래소와 비교해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중소 거래소에서는 거래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배당하는 배당형 토큰, 거래를 하면 할수록 추가로 토큰을 지급하는 채굴형 토큰 등 여러 거래소 토큰을 발행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ICO가 한창 붐이었을 때 ICO를 추진하는 팀과 브로커, 중간판매책을 중심으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면, 이제는 채굴·배당형 암호화폐(토큰)를 발행하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허위 공지, 공지사항 번복 및 불이행 등등
 
양심적으로 건전하게 운영되는 거래소들도 존재하지만, 일부 거래소는 설립 당시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 액수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홍보한 후 수익 배분은커녕 보이스피싱 신고, 서버 교체 등을 이유로 계좌가 출금 정지됐다며 출금을 막고 있다. 실제로 전혀 투자를 받지 못했지만 유명 투자사들과의 파트너십 체결, 투자사 모집 등을 완료했다고 하면서 투자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거래소 토큰의 시세 하락에 대한 대응책으로 하한가 정책, 바이백 정책 등을 시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사전 예고 없이 공지사항을 번복해 피해를 보게 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고객 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자전거래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법 3가지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없지만, 거래소들의 여러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다. 현행법상 사기나 유사수신, 다단계 등으로 처벌할 수 있고, 민사상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형법상 사기죄(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 허가, 등록, 신고 등(예컨대 은행법에 따른 은행업 인가)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 예·적금, 사채 발행 등으로 불특정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된다. 
 
실제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한 여러 소송들이 이어지고 있고, 필자도 해킹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 형사 고소 등을 수행하고 있다. 각 사안마다 구체적 대응방법은 매우 상이하지만, 전체적으로 법적 대응 방법은 민사 손해배상 소송, 형사고소 내지 고발, 가압류 등 보전처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거래소로 인해 투자금 등의 피해를 보고 이를 보전받기 원한다면 원칙적으로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거래소의 사기행위 등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피해를 주장하게 되는데, 사실관계에 따라 계약 위반 등 채무불이행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 예컨대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 부여나 의무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형사고소, 고발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래소 행태에 대해 사기로 형사고소를 하면서 유사수신, 다단계,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배임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인데, 개별적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 원용이나 형사합의 등도 진행할 수 있다. 거래소 토큰의 발행 주체가 국내 거래소가 아니라 해외 법인일 경우(거래소가 해당 토큰을 단지 취급해주는 것에 불과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형사고소 내지 고발이 현실적인 방안이 되기도 한다.
 
거래소와 거래소 운영진의 처분재산에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가 터지면 통상 피해자가 다수고 피해액도 상당한 데 반해, 문제가 있는 거래소의 경우 재정이 부실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운영진이 법적 절차 진행을 대비해 거래소 또는 운영진 명의로 된 재산을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민사소송에 승소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집행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민사소송 제기나 형사고소에 앞서 처분재산을 미리 파악해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법적 절차를 진행함에 앞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충실히 검토해 피해 회복이라는 최종 목적 달성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절차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투자계약 체결 당시 거래소의 사기 행위에 관한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지만, 투자계약서 등을 검토한 결과 중대한 계약 위반 사실을 발견했고 이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형사 고소를 하는 대신 계약 위반 책임을 추궁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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