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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북미 친서교환 후 비핵화 대화 급물살…트럼프 방한 '분수령'

양국 톱다운 소통으로 대화 분위기 띄워…폼페이오 "북미친서, 중요한 토대 제공"

2019-06-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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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미 정상 사이에 친서가 오가며 비핵화 협상 재개 분위기가 형성 중인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친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중요한 논의를 이어가는데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차 29~30일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찾을 것으로 알려진 점도 대화 재개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tbs> 라디오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김에 비무장지대를 간다고 하니 (김 위원장과) 깜짝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2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북미 사이엔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다. 외신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의 협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가 더 나은 지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미가 조만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그러길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북한이 지난 23일 내놓은 반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 내 협상 재개 기대감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어 왔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친서 내용은 전해지지 않으나 3차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양측의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일 방북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촉진자 역할을 공언한 가운데 G20 기간 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엇일지도 큰 관심사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어느정도 인식 공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미국에 대해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선 핵포기'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이상의 특별한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 4월12일 시정연설에서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데 비춰볼 때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흥미로운 내용"이라는 반응을 내비친 데 대해, 미국이 기존 일괄타결식 '빅딜' 원칙에서 물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다가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이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먼저 한국을 찾는 가운데 북미 간 전격 접촉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G20 기간 중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을 통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전략을 최종 조율한다면 본격적으로 북미 대화를 재개할 제반 여건은 갖추는 셈이 된다. 북미 양측이 협상을 재개할 경우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 외무성 제1부상 간 실무접촉을 거쳐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 외무상의 고위급 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김 위원장도 명시적인 정책변화는 거론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친서를 통해 북미 양국 중 한쪽이 양보하고 회담이 열린다기보다, 상대의 양보를 바라며 서로 추켜세워 주는 정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방문 후 헬기 편으로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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