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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경제·금융용어)눈 깜짝할 새 수천번 사고파는 '고빈도매매'

2019-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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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거래인들의 모습.사진/AP·뉴시스


최근 한국거래소가 세계적인 증권사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면서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가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초단타 매매로도 불리는데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1초에 수백에서 수천번 주문을 내는 것을 고빈도매매라고 합니다.

고빈도매매는 사전에 만들어진 투자방식에 따라 자동화된 매매를 수행하는 알고리즘 매매의 하위개념입니다.

기본적인 알고리즘 매매에 △1000분의 1초 단위의 주문 실행·취소 △작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하루에 수백~수천번 이상 실행 △장 마감 전 모든 매매 포지션 청산 △빠른 주문을 위해 거래소 내부나 근처에 주문 서버 설치 등이 더해진 것을 고빈도매매로 보기도 합니다.

미국은 정확한 정의가 없지만 위의 특성이 나타나는 정교한 금융거래 기법을 통해 매일 수많은 거래를 하는 전문투자자를 지칭합니다. 유럽은 1초에 2~4번 넘게 주문을 하는 경우를 고빈도매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고빈도매매 전략은 △수동적 시장조성 전략(passive market making) △차익거래 전략(arbitrage strategies) △주문 예상 전략(order anticipation strategies) △모멘텀촉발 전략(momentum ignition strategies)으로 나뉩니다.

수동적 시장조성 전략은 거래자가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로 이익을 얻기 위해 빠른 속도로 대량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하고 차익거래 전략은 주식시장과 선물시장 등의 상관관계가 있는 시장 간 순간적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습니다.

주문 예상 전략은 대량주문 가능성을 예상해 대량 주문 거래자보다 미리 사거나 팔아서 실제 대량 주문을 하는 투자자가 주문을 할 때 거래상대방이 되는 방식입니다.

모멘텀촉발 전략은 사전에 고빈도거래 투자자들이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다른 알고리즘 투자자들의 시스템 자동매매를 촉발해 가격이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포지션을 청산해 이익을 취하는 방법입니다.

고빈도매매는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고 불공정거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빈도매매로 인한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고빈도매매를 위해 자율 규제 기구인 FINRA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고 위험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고빈도매매 거래자는 고유번호가 부여돼 거래를 추적할 수 있으며 거래에 대한 보고도 이뤄집니다. 잘못된 주문 취소 시스템도 필요하고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주문을 내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본금 요건도 충족해야 고빈도 거래가 가능합니다. 금융당국이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전략을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고빈도매매와 관련된 규정이 없습니다. 메릴린치에 대한 거래소의 제재 논의도 시세에 영향을 미쳐 부당한 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행위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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