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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감형에 '채용비리' 마무리 기대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원심 깨고 징역 8월 선고

2019-06-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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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감형을 받으면서 2017년 하반기 촉발된 은행권 채용비리 공판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 감형이 차후 진행될 공판의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사진/뉴스토마토
 
20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형사1부는 이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형량이 절반이나 감경된 것이다.
 
이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 2015∼2017년 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1차 면접 과정에서 불합격권에 있던 고위 공직자와 주요 고객 자녀·친인척 등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1월 법정 구속됐다.
 
이날 재판부는 "최종결정권자인 은행장에 대해서는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합격자 결정이 합리적 근거 없이 단순히 '추천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졌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표자·전결권자의 권한 밖의 문제로, 면접위원들이 응시자의 자격 유무에 대해 오류·착각 등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한다"며 업무방해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업무방해 피해자(우리은행) 측에서는 별다른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표시가 없고, 실질적 피해나 사회적 비난의 초점과 형법상 피해자의 불일치를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모 전 부행장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결정 내렸으며, 전 인사부장과 실무 직원 등 3명에게는 벌금 500만원~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항소심(2심) 선고는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다퉈 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심급으로, 이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으로 상고할 수도 있지만 이 전 행장의 경우 남은 형량이 약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복신청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2심 판결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여타 은행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지주(055550)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경우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은행 신입사원 채용과정에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은행에서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특이자 명단'으로 관리하고 남녀 합격 비율을 인위적으로 3대1로 맞추기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 조작했다는 얘기다.
 
쟁점은 조 회장의 직접 개입 여부로, 조 회장이 채용 과정에 의사결정을 내린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전 우리은행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동부지법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공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검찰 측 두 번째 증인에 대한 신문을 끝내고 오는 26일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신입행원 채용에서 사외이사 또는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거나 임원 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채용을 실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지주(086790) 부회장)은 2013년 충청사업본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하나은행 공채 지원자를 추천한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함 전 행장측 변호인단은 채용 주관 전결권자가 인사부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 판결은 올해 말쯤 나올 전망으로 함영주 등 피고인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7월12일 진행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전 행장에 대한 판결이 여타 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은행권 채용비리 재판을 가늠할 수 있는 판례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라고만 보면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각 은행별로 공소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면서 "(채용 과정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여해 지시를 내렸는지, 최종 전결권이 누구에게 있는 지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사건을 어떻게 소명하는지 여부와 제출한 근거가 인정된다면 관련 판결도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판결문을 잘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대한 선고를 보면 업무 방해죄는 인정됐지만, 형법상 피해자의 불일치 등이 감형 이유로 나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채용비리 관련 공판과 이번 판결을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참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무죄나 최소 집행유예 정도가 나오는게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일부 부행장이나 관계자의 경우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은 사건을 보는 법원의 시각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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