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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재벌들의 '뜨거운 여름'…그룹·총수일가는 지금 '재판중'

삼성 '노조와해·분식회계', SK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 범LG가 '100억대 조세포탈' 혐의

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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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삼성·SK·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기업들이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각각 재계 1·3·4위에 오른 이들 그룹은 계열사나 총수 일가 등이 얽힌 대형 송사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룹 차원 지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가장 많이 진행된 재판은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 사건이다.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이 피고인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유영근)심리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화요일 대법정에서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며 압수수색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등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사전략 문건’이 다수 발견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삼성 측은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법정에서 공개된 문건에는 그룹차원의 조직적 노조 설립 시도 저지 및 탄압과 와해 전략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 노동부 장관 보좌관 송 모씨를 자문위원으로 고용, 노조 측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보경찰 김 모씨가 현금 3500만원을 받고 사실상 중재보다는 사측 입장을 대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오는 18일 공판기일엔 피고인이기도 한 최 전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와 유사한 ‘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도 지난 12일 준비기일을 종결하고 다음달 17일 첫 공판기일을 연다.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등 13명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가 심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은 오는 20일 대법원에서 전원합의기일 속행 예정이다. 최종 판단은 이르면 7월 중순 나올 전망이다.
 
그 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역시 삼성전자 부사장 급 임원들을 구속기소하는 등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임에 따라 법정 공방이 임박했다. 오는 18일엔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양철보 상무의 1회 공판준비기일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심리로 열린다. 다만 일단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더라도, 향후 핵심 혐의 수사가 진척되면 추가 기소건과 병합해 본격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진 진행이 더딜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고인  SK케미칼
 
SK의 송사는 재수사로 법정에 이른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5년 기소됐으나 아직 1심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의료정보 유출’ 건 그리고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4월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의 유해성 관련 보고서 은닉 지시 등 증거인멸 혐의 재판이 시작된 데 이어 지난 14일엔 홍지호 전 대표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홍 전 대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최근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심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14일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같은 날 5회 공판기일이 열린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증거인멸교사 사건 등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검찰이 추가 기소 예정인 애경·이마트 관계자 등 전체 사건이 ‘가습기 살균제’ 재판으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우선 다음달 12일 2회 공판준비기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와 홍 전 대표 측의 입장을 법정에서 듣고 쟁점을 파악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은 2017년 1심 선고를 앞두고 형사소송법 해석 문제로 멈춰 선 뒤 올 초 재개했다. 의사들이 작성한 전자 차트를 약국에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 과실로 환자와 병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됐다는 혐의다. 검찰은 ‘불법 정보수집’으로 보고 있고, SK텔레콤 측은 ‘위탁받아 전달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동의 없이 15만여 명의 고객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 심리로 진행되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에는 육태선 전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 등 피고인 6명이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다음 공판기일은 7월22일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하는 최태원 회장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한 이혼 청구 소송도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범LG가 ‘100억대 조세포탈’로 기소
 
LG는 고 구인회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직계와 방계 일가의 156억 원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및 이를 도운 직원 2명 등 총 16명을 피고인으로 한 ‘범LG가 탈세’ 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2007년부터 약 10년간 사주일가 간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닌 것처럼 속여 거래해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거래는 20% 할증 대상이다. LG 측은 할증 대상인지 몰랐다며 조세포탈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를 가리기 위해 사주일가 간 주식거래를 총괄한 재무 담당 고위급 직원 2명의 범죄행위 입증을 중심으로 증거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오는 18일 공판기일엔 거래를 직접 담당한 LG 재무팀 직원과 증권사 직원에 대한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총수 일가 피고인들은 관리감독의무 소홀에 대해 공소가 제기돼 직원 2명의 유죄 입증에 대한 공방이 마무리 되면 최종기일에 출석해 최종변론만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구 회장은 지난 달 15일 출석 의무가 있는 1회 공판기일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힌 뒤로 아직 법정에 나온 적이 없다.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일을 잡기로 했다.
 
그 밖에 그룹차원은 아니지만, 지난 4월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현대가 3세와 SK 3세에 대한 소송, 가수 박유천과 함께 마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양유업 창업주 손녀의 재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명주식 은닉 혐의를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오는 20일, 2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조현준 효성 회장은 9월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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