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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빈곤수렁 자영업)한국 자영업 비중 '세계 5위'…일자리·사회안전망 부족 탓

전체 취업자 대비 25.4%가 창업자…OECD 평균 '17.0%'

2019-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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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영업자가 최대치를 찍었던 2002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지만 부족한 사회안전망 탓에 생계형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인구는 여전히 많다. 
 
표/뉴스토마토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4%로, 그리스(34.1%)와 터키(32.7%), 멕시코(31.5%), 칠레(27.4%)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7.0%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일본(10.4%)과 미국(6.3%), 유럽연합(15.5%)보다 높다. 
 
자영업자 수를 단순 비교해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한국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미국 1299만8000명, 멕시코 1172만1000명에 이어 3위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세계 27위 규모인 5000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으로 일할만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기 은퇴하는 40~50대가 재취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탄탄한 중소·중견기업 일자리가 많았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모험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4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10년 이상 임금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50~69세 180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취업한 일자리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34.9%)과 단순노무직(33.2%)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고도 다른 직장에 두 번째로 재취업한 퇴직자는 26.9%, 세 번 이상 재취업한 퇴직자는 24.1%였다.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을 뿐더러, 막상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긴 시간 안정적으로 일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좋은 일자리가 많다면 노동자를 택하는 분들도 많을테지만 이 부분이 만만치가 않다"며 "연공서열 위주 임금체계에 따른 부담으로 회사는 임금이 높은 중장년층을 퇴직시키고, 이렇게 사회에 나온 신노년층이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하는 현상이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 주요국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자영업자가 유독 많은 배경이다. 해외 선진국은 실업급여나 각종 연금 제도가 탄탄해 개인의 고용불안을 완충해준다. 지난해 OECD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실업 1년간 근로소득 대비 실업급여 수준이 31%로 OECD 평균인 53%에 비해 22%포인트 낮다. 또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데다 가입자에 한해서만 보장해주는 사회보험 형태라는 점도 불안한 부분이다. 
 
우 교수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돼있으면 열심히 부은 연금 등으로 살아가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이 체계가 매우 미진하다"며 "물론 사회보장제도가 잘돼있다는 게 국가적 부담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그만큼 개인의 불안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국가를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든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국은 자영업 진입장벽도 한국에 비해 높다. 미국에서는 요식업을 하려면 소방법과 위생법을 충족시키려면 각종 안전사항을 일일이 허가받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식당 개업 이후에도 관계기관으로부터 수시로 점검받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문서상 제약이 있긴 하지만 선진보다는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아 자영업 공급 조절이 더디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 등은 관련법을 어겼을 때 사업장을 폐업시키는 기준도 국내보다 높은 편이다.
 
한 경제 연구단체 관계자는 "가까운 일본만 해도 가업 승계가 대부분이라 전문성 없는 일반인이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우리나라는 퇴직하면 마음이 급해서 빠른 시일 내에 창업을 하고, 경쟁력 없이 운영하는 탓에 금방 망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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