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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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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아스달 연대기’, 최악은 면할지 몰라도 차악은 분명하다

2019-06-10 15:19

조회수 : 4,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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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드라마 입니다.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입장에서 자세한 평을 전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취재 17년 차이기에 대략적인 내용과 문제점 들은 지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무려 54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논란과 혹평 문제입니다.
 
이 드라마는 총 18부작으로 회당 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됐습니다. 회당 90분 분량입니다. 한 회에 웬만한 극장 개봉 영화 한 편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입니다. 출연 배우들도 화려합니다.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김의성 박해준 박병은 조성하 이도경 손숙 등 신구 배우들의 이름값만으로도 화려하다 못해 장관입니다. 내용은 한반도 역사의 상고사를 다룹니다. 쉽게 말하면 고조선 이전의 역사 입니다. 여기서부터 이 드라마의 문제점이 출발되는 것입니다.
 
 
 
상고시대는 원시부족국가부터 삼국시대가 정립되기 이전 시대입니다. 역사 자료가 당연히 남아 있을리가 없습니다. 작가 입장에선 완벽하게 판타지에 근거를 두고 접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상식이란 기본적인 선이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와 장르에 길들여 진 국내 시청자들의 눈 높이는 맞추기 위해선 아무리 기본적인 사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식선에서 접근을 해야 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이런 점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고 시대를 원시시대로 착각하고 접근합니다. 또한 이 시대의 지배계층은 삼국 시대 이전의 발달된 문명의 산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의복입니다. 지배계층의 의복은 금실로 정교하게 수를 놓은 의복이 등장합니다. 청동기 시대 이전즈음으로 추정되는 이 시기 병사들은 세밀한 형태의 투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병사는 가죽으로 이어 만든 일종의 찰갑 형식의 갑주를 입고 있기도 합니다. 역사 팩트 드라마에서 이런 상상의 범주가 포함된 것에 국내 드라마 시청자들은 상당히 냉정한 잣대를 들이 댑니다. 제작진의 안일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입니다. 그릇과 토기 등도 세밀한 도예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삼국시대 이후 등장한 것과 같은 그릇들이 나옵니다. 엄밀히 말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고조선 이전의 선사시대 즈음입니다.
 
판타지 드라마이기에 상상력이 첨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인간과 상상 속 존재들의 관계 설정입니다. 제작진은 판타지 드라마라고 선을 명확하게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분명히 한반도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제작보고회에서 홍보 된 바 있습니다. 이 시기가 과연 인간과 상상 속 존재인 뇌안탈이 함께 사랑하고 관계를 통해 종을 번식하는 이종 교배의 시기였을까요. 물론 이것 역시 자료가 전무하고 그럴 수도 있단 전제인 상상을 근거로 하면 완벽한 거짓이라고 하기에도 무리는 있습니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이 곰에서 인간으로 변한 웅녀와 하늘에서 내려온 환인의 아들 환웅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분이란 설화만으로도 충분히 설정할 수 있을 법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역사란 범주와 굴레를 이 드라마의 근간이라고 들이 대면 이 역시 제작진의 안일함은 충분히 납득하기 힘듦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고약합니다. 영화에선 간간히 녹음이 문제가 돼 대사가 들리지 않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 후반 작업을 통해 보완해서 상영 버전으로 최종 공개가 됩니다. 드라마는 다릅니다. 제작 시간이나 일정 등이 빡빡해 그럴 수 없단 배려가 투입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스달 연대기는 사전 제작제이기에 그럴 배려를 들이댈 수도 없습니다. 10일 현재까지 4회가 방송됐습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고역스러워하는 지점이 바로 소리입니다.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이 드라마 속 고대 언어는 화면 아래 각주를 통해 소개가 된다고 칩시다. 배우들의 일상적인 다이얼로그 조차 제대로 들리지가 않습니다. 캐릭터와 캐릭터가 주고 받는 대화를 듣지 못하고 회당 등장하는 다이얼로그의 절반 이상이 고대 언어로 쓰여졌기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너무도 힘들고 고된 지점이 많습니다. 이것 역시 제작진의 무사태평한 후반 작업 결과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이 드라마는 제작 당시부터 스태프들의 살인적 과다 노동으로 문제가 됐던 작품입니다. 결과가 좋다면 과정은 묻히는 국내 방송가 정서상으로 첫 회 공개 이후 이런 분위기는 고된 노동 착취를 당한 스태프들의 훈장으로 돌아갈 뻔 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기 중으로 흩날려 버려진 꼴입니다.
 
영화계에선 지금도 재앙이란 표현의 망작들이 매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드라마에선 다릅니다. 유통 구조가 있고 이를 보전할 광고 수입과 해외 판권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회수율이 영화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아스달 연대기에는 540억이란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이 드라마가 역대 최악의 방송 재앙으로 남게 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악은 면할지 모르지만 차악의 결과물이란 점은 어떤 마무리로 끝을 내더라도 남게 될 듯 합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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