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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여론수렴 없이 기숙사 방 배정...학생들 ‘공분’

기숙 사감 ‘총장 지시사항’ 발언에 대자보...결국 사감이 ‘지동벽’에 사과문 게재

2019-05-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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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이하 전통대)가 숙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숙사 방 배정 제한을 학생들에게 공지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총장 지시사항’이었다는 것으로 알려지며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총장 지시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기숙사감이 개인적인 사과문을 게재해 공분까지 사고 있다.
 
전통대는 지난 21일 ‘학생 생활관’ 내의 게시판에 ‘19-2학기 숙소 신청안내(학부)’ 공지문을 올렸다. 이 공지에는 ‘2학기 부터는 타과 학생들과 교류를 위해 같은 (학)과 끼리는 신청하지 말고 다른 (학)과 학생들과 숙소신청을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특별사항으로 게재돼 있었다.
 
전통대 총학생회 측은 지난 23일 학내 G동건물 벽면(일명 지동벽)에 대자보를 게시하고 학교의 일방적인 지시로 대학운영이 결정되는 구조에 대해 규탄했다.
 
총학 측은 “일방적인 동일학과 방 배정 제한 조치가 공지되기 전까지, 이에 대해 알고 있던 학생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는 사전 언급조차도 없었으며 단순히 공지를 기숙사에 게시하기만 했다”며 “이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논의된 사항도 아니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경 사항이 있을 때, 본부는 학생들에게 대한 정확한 공지와 함께, 변경 이유에 대해 상세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러한 맥락이 없는 본부의 일방적인 통보는 반민주적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참여가 결여되어있다. 따라서 이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학생들은 학교를 구성하는 절대 다수일 뿐 만 아니라, 기숙사 사용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라며 “구성원이자 소비자로서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할 본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발표한 본 공지에 대해 총학생회는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토로했다.
 
총학은 이번 사안이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본 사안에 대해 처음 전달받은 직후 일부 학과 회장, 총학생회장단은 기숙사 사감과 기숙사 담당 교원, 본부 교직원에 문의했으나, 사감 측에서는 ‘학생과장을 통한 총장의 지시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았지만, 교직원과 담당 교원은 본 사안을 사실상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본부 내부에서조차 구체적 논의와 검토 없이 의사결정이 진행된 것”이라며 “이러한 상명하달식 대학운영 구조는 대학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으로 설치된 대학이라는 점은, 총장 지시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상명하달식의 대학운영 구조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재차 비난하며 “수백 명의 대학 구성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일방적인 지시로 대학운영이 결정되는 구조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 결정 과정에 있어서 학생의 의견을 배제하였음을 인정, 사과하고 추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총장 지시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상명하달식의 대학 운영, 의사결정 구조개선, 대학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의원회 설치에 대한 논의 진행 등을 요구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G동 벽면에 붙은 대자보와 기숙사감의 사과문. 주변에는 학생들의 의견이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학교는 기숙사 사감의 개인적인 사과문을 대자보 옆에 부착하면서 또 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기숙사 사감은 23일 지동벽 대자보 옆에 “2학기 숙소신청, 배정에 대하여 기숙사 사생 여러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진행한 것에 대하여 사과드린다”면서 “통합과 융합의 시대를 맞아 우리대학 학생들에게도 다른과 학생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숙사 사생들의 의견을 반영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어떤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구성원들의 뜻을 모으지 않은 것은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기숙사에서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 할 경우에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설문조사) 추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과문 주변에는 총장을 비난하는 메모가 붙어있었다. 20여개의 메모에는 ‘꼬리자르기?’, ‘왜 총장이 아닌 지시를 받은 사감이 사과하는 것이냐’, ‘사감의 사과를 받고자 한 규탄서가 아니다’, ‘나와라 총장’, ‘사감 죄 없다. 총장 나와라’, ‘사과의 책임은 지시한 총장에 있지, 그 지시를 따른 사감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실무자로 꼬리자르기 하는 것은 그만하고, 총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바란다’는 등의 내용들로 채워졌었다.
 
이에 대해 전통대 측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실무자가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의 없이 진행한 일이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총장의 지시사항이 아니었다. 3월 회의에서 학교 기숙사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였으며, 총장이 회의하던 중 생각이 나서 언급했는데, 실무진들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오해를 했다”고 말하며 총장 지시설을 부인했다.
 
이어 “실행 전과, 과정 중에도 논의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실수 했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신속하게 조치해서 사과했고, 지금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입생에게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 결정된 바 없고, 모든 아이디어가 나오면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그 과정을 거친 후에 결정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학생들이 싫어하니까 의견을 받은 것이다. 내년에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지금은 행정 과정에서 갑자기 진행된 게 있어서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 학교 내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사진/뉴스토마토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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