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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여기는 경기)도의회 속 현수막과 바둑, 정치 속 세력

2019-05-23 16:49

조회수 :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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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019년 5월23일,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노무현을 기억하는 10가지 이름’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 경기도의회에서 로비를 가득 채운 전시공간과 대형 현수막 등 현실의 모습을 보며 바둑에서 말하는 ‘세력’과 ‘실리’에 대해 잠시 생각했습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제8대(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0년)와 제9대(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4년)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현재인 제10대(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8년)에 와서는 전체 142석 가운데 민주당이 135석을 점유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곳입니다. 경기지역을 미시적으로 보니 국회를 바라볼 때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019년 5월23일,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노무현을 기억하는 10가지 이름’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조문식
 
지난 10년 사이 정치권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세력’의 의미를 잠시 따져보려고 합니다. 바둑에서는 세력에 대해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보다 미생마를 몰고 가는 ‘길’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둡니다. 세력으로 둔 돌을 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돌을 투입해야 하고, 상대의 공격을 막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정치에 바둑의 ‘세력’ 개념을 접목해보면 ‘실리’ 측면에서는 절대적으로 손해일 수 있습니다. 높고 먼 곳을 내다보는 ‘절대적 한 수’의 의미랄까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 종로를 떠나 부산에 출마하는 등 바둑과 접목해 바라볼 수 있는 흐름도 있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이를 미래를 위한 한 수로 바라보는 자세라고도 빗댈 수 있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에 기초해 관전포인트를 보자면 ‘세력의 확대’가 당장의 손해로 계산될 수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몇 집인 실리’를 챙기는 방향보다는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샛말로 ‘큰 그림’이라고 할까요? 세력 바둑이 여기저기 흩어진 돌들로 보여 초반에 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시간이 흘러 곳곳에 놓인 돌들이 묵직하게 모이면 두터운 성벽이 됩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점점 뚫을 곳을 찾기 어려워지겠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019년 5월23일,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노무현을 기억하는 10가지 이름’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조문식
 
정치판에도 바둑처럼 급수를 나눠본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두터운 포석을 위한 세력 바둑을 위한 돌을 쓸 경우 실리를 바라보는 상대 입장에서는 초반에 쉽게 보고 넘길 수 있습니다. 반면 바둑판 모퉁이 알짜만 찾다 한 판을 종합해보면 결과적으로 패한 지점을 수두룩하게 낼 수 있습니다.
 
싸움에 임하는 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급수라면 이런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겠습니다. 오늘 도의회에서 현수막을 바라보다 내년 총선까지 생각하자니 박진감 넘치는 선거가 되겠다 싶습니다. 다각도로 따져볼 내용은 제법 있으나,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 정리해봅니다. 그 방향이 무척이나 다이내믹하게 흘러가겠지만, 투표 결과가 답을 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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