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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백상예술대상’의 강형철 감독 선택은 옳았나?

2019-05-02 17:00

조회수 :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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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시상식인 55회 백상예술대상시상식이 1일 오후 열렸습니다. 1965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한국일보 창립자 고 장기영 선생의 호인 백상에서 유례가 됩니다. 지난해부턴 종합편성채널 JTBC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납득할 수도,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는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해 냅니다.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시상 기준에 들어간 작품의 공개 년도 기준 흥행성과 작품성 등 다양한 심사 기준을 적용시킵니다.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아왔지만 뚜렷한 의미와 확실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수상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대중성이 도드라져 작품성에선 크게 의미를 찾아 볼 수 없지만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의미를 부여한 작품들이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합니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놀랍고 납득하기 힘든 수상자 한 명을 거론할까 합니다. 영화 부문 감독상 수상자인 강형철 감독입니다. 그는 지난 해 말 개봉한 스윙키즈로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와 경쟁한 후보자들은 버닝의 이창동, ‘공작의 윤종빈, ‘독전이해영, ‘사바하장재현 감독입니다. 이름 하나하나가 기라성이란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연출자들입니다.
 
강형철 감독. 사진/NEW
 
강형철 감독의 수상이 납득하기 힘든 점은 비단 그가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작품인 스윙키즈의 흥행 참패 때문은 아닙니다. ‘버닝역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작으로 거론됐었지만 국내 시장에선 쓰디쓴 참패를 맛봤습니다.
 
먼저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로 영화계에 데뷔했습니다. 가족 코미디 장르였습니다. 누구도 이 영화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무려 820만을 넘겼습니다. 두 번째 연출작 써니는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누적 관객 수 745만 입니다. 장르를 조금 바꿔 세 번째에선 타짜-신의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401만입니다. 데뷔 이후 단 세 작품으로 20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들인 최고 흥행 감독이었습니다. 네 번째 연출작 스윙키즈로 컴백을 준비 합니다. 제작비만 150억이 투입되는 대작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미군과 북한군 포로가 함께 탭댄스를 소재로 화합한다는 내용입니다. 음악적 소재 활용에 특유의 감각을 발휘하던 강 감독의 장기가 기대됩니다. 탭댄스 특유의 역동성도 예상케 합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하자면 사실 책 몇 권 분량으로 서술을 해도 모자랍니다. ‘스윙키즈는 한 마디로 강 감독이 자의식이 심각한 오류로 변환된 문제 덩어리 작품입니다. 단순한 지적부터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1980년대 후반 발매된 정수라의 환희가 차용된 것은 영화적 재미로 넘긴다고 해도 그렇다 칩니다.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기능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노기수부터 양판래, 강병삼, 샤오팡, 잭슨 주요 인물 5인방의 역할이 도저히 합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엇박자를 이룹니다. 노기수는 그저 어린 시절부터 춤을 좋아했고, 이념 전쟁의 한 복판에 끌어 들여진 철저한 피해자로만 그려집니다. 잭슨은 흑인이란 인종 차별 속에서 춤 하나가 전쟁이란 어지러운 포화 속에서 벗어날 탈출구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런 모습은 사실 시간이 흐르면서 노기수 양판래 강병삼 샤오팡을 구원하는 구원자 역할까지 더해지면 갈 길을 잃어 버립니다. 양판래를 양공주로서의 삶의 굴곡 속에서 춤을 통한 일상의 탈출구를 선택합니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호구지책이 춤을 대신하는 시대의 표상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게 딱히 납득하기 힘든 지점으로 다가옵니다. 강병삼과 샤오팡은 논의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스토리 안에서 스며들지도 못합니다.
 
이런 지점은 17년의 영화 기자 생활이 가져온 관점의 노하우로 설명하자면 감독의 오만불손한 연출력 과시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힘듭니다. 전작 3편을 통해 상업 영화의 재단 속에서 자신의 표현력을 끼워 맞춘 강 감독입니다.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점의 판단을 스스로 세웠고, 제작사와 투자사 배급사의 설득을 얻어 냈을 것입니다. 제작-투자-배급 모두 강 감독의 전작 3편이 거둔 성공이 스윙키즈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판단이라고 착각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강 감독은 3편의 영화적 성공을 바탕으로 스윙키즈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넣었습니다. , 맞습니다. 그는 스윙키즈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쏟아 부었습니다. 영화는 장면과 장면과 시퀀스와 시퀀스가 맞물리며 전체를 구성하는 덩어리 입니다. 앞뒤 계산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쏟아 넣다 보니 불과 장면과 장면이 맞물리지 않는 게 태반이었습니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영화를 본 지 꽤 시간이 흘러 자세한 기억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IPTV로 재 관람 후 이 영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볼 요량입니다. 판을 벌립니다. 하지만 너무 벌렸습니다. 그래서 수습이 안됩니다. 수습이 안되니 멘붕에 빠집니다. 결과적으로 이른바 아몰랑전략이 등장합니다. 맞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 입니다. 모든 주인공들을 몰살 시켜 버립니다. 관객들이 가장 황당해 했던 지점입니다.
 
영화는 스토리를 살리는 게 첫 번째 입니다. 그런데 스토리를 살리지 못하면 소재라도 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소재도 살리지 못했습니다. 소재를 살리지 못하면 주제라도 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 주제 역시 흐릿해지고 불투명해 졌습니다. 마지막에 산으로 간 이야기를 끌어 내리는 방법은 이 영화의 결말이 말해 줍니다. 그냥 다 죽여 버리고 끝내는 방식입니다. 과거 학창 시절 시나리오 작법 시간에 배운 내용입니다. 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e).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 작법의 분명한 한 가지 스킬입니다. 하지만 작가나 연출가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건을 풀어내고 수습이 불가능하니 단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수상이 납득하기 힘든 점은 그가 스윙키즈로 수상을 했단 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습니다. 그가 연출력이 탁월하고 비상한 감독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왜 스윙키즈를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심사위원단은 왜 그에게 영화부문 감독상을 수여했는지 의문입니다.
 
시상식 당일 그가 호명되자 강 감독 본인도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그 놀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가 기저에 깔려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은 내가 도대체 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강 감독 정도라면 자신도 스윙키즈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럼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요? 아마 그건 강 감독 본인도 잘 모를 것입니다. 학창 시절 16mm 단편 영화 몇 편을 연출해 본 경험을 빗대어 한 줄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빼곡하게 준비한 프리프로덕션 노트북도 크랭크인 당일 아침에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현장은 그런 곳입니다. 모든 것을 리셋하게 만드는.”
 
이건 순전히 저의 경험입니다. 하지만 무려 2000만을 끌어 모았던 강감독도 그랬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시켜 보려던 스윙키즈현장, 자신의 모든 것이 결정으로 이어지는 그 현장에서 그는 처음으로 책임의 무게감을 실감하며 프로답지 못한 결정의 연속을 거듭한 끝에 망작의 결과물을 손에 쥔 꼴을.
 
스윙키즈는 손익분기점 300만의 절반도 못미치는 147만을 끌어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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