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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 안식처 백령도에 조성…매년 300마리 관측 기대

해수부 조성, 쉼퍼 백령도 하늬바다 인근 356m², 생태학적 연구 토대 마련

2019-04-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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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점박이물범의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백령도 인근에 인공쉼터가 조성되면서 매해 여름 수백마리의 점박이물범이 이곳을 찾을 전망이다.
 
황해와 오호츠크, 알래스카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박이물범은 해마다 백령도로 회유해 여름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해 백령도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은 최대 300여마리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31호 지정된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온몸을 뒤덮은 불규칙한 반점이 특징이다. 특히 개체별로 반점 형태가 달라 왼쪽 뺨의 반점 모양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과거 무자비한 남획으로 인해 약 8000마리에 가깝던 개체수는 현재 1200마리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점박이물범은 수컷과 암컷이 유사한 체형과 크기를 가지고 있으고 체장은 1.7m 정도, 체중은 80~130kg 정도다. 사진/해양수산부
 
이번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조성 사업은 국내로 회유하는 점박이물범을 보호하는 동시에 개체 수 대비 부족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 25일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조성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점박이물범이 중국 랴오둥만에서 겨울을 보내고 백령도로 회유하는 시기에 맞춰 진행됐다. 행사에는 백령면 진촌어촌계를 비롯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군부대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에 참석한 송명달 해양환경정책관은 "점박이물범 인공쉼터가 만들어진 지역이 접경지역이고 공사 기간에도 조류가 강하고 늦가을 바람까지 거세지는 시기가 겹쳐 노심조차 했지만 계획된 공정되로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게 돼 감사하다"며 "앞으로 점박이물범이 쉼터에 잘 적응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현장답사에서는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하늬바다 인근에서 관측된 쉼터의 총면적은 356m²로 인공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쉼터는 1m³급 자연석을 활용해 일명 큰돌쌓기 공법으로 조성됐다. 쉼터 상단은 물범들의 특성을 고려해 4단계로 높이를 나눴고, 수면 아래 쉼터 하단은 쥐노래미, 조피볼락 등 어패류가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비가 오는 날씨 탓인지 이날 답사에서는 간혹 3~4마리의 물범이 모습을 드러낼 뿐 많은 개체 수를 관측하긴 어려웠다.
 
지난 25일 오후 이뤄진 현장답사에서 관계자들이 승선한 배 우측으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가 보인다. 사진/해양수산부
 
주민들에 따르면 당초 점박이물범 쉼터를 조성하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진촌 어촌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백령도에서 20년간 거주했다는 김명자(58·여) 씨는 "여름에 백령도를 찾는 점박이물범이 물고기를 잡아먹으니 어획량이 줄고 어민들 그물도 찢는 일이 생겨 사실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며 "쉼터가 생기면 물범이 더 늘어나니깐 어민들도 싫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수부도 쉼터 조성에 앞서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동시에 백령도 주변 환경과 어업 영향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쉼터 면적을 처음 계획했던 것 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는 지역 주민들도 점박이물범 쉼터가 백령도에 좋은 영향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인 강소현(57·여)씨는 "이번 점박이물범 쉼터 조성을 계기로 물범으로 인한 어민 피해는 최소화시키고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역 학생들도 교내 동아리를 만들어 점박이물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준택(19·백령고) 점박이물범생태학교 동아리 회장은 "점박이물범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백령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물범을 보호하는 방법을 홍보할 계획"이라며 "한달에 두번씩 물범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면서 물범의 생태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물범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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