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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전략'에 장단 맞추는 대검 진상조사단

"감찰 신청 예정" 한마디에 '발끈'해 공식 성명…'김학의 게이트' 본질 스스로 흐려

2019-04-0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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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학의 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정치적 논란에 스스로 휩싸이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사단은 7일 성명을 내고 '김학의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감찰 요청'을 대검이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곽 의원이 '김학의 게이트' 수사와 관련된 청와대와 조사단 관계에 대해 요청한 감찰을 대검이 받아들인다면 이는 조사단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중대하고 심각한 침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조사단 활동에 대한 각종 외압에 대해 방관하고 나아가 조사단원에 대한 감찰까지 한다면, 제대로 된 과거사 진상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검찰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며 "검찰총장에게 조사단에 대한 독립성·공정성 보장과 모든 외압과 부당함에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이 사건 피의자 발언에 공식 성명을 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성명의 직접 대상을 문무일 검찰총장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곽 의원이 '김학의 게이트' 사건 수사를 전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현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검찰 수사'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끌고 가 '정치 쟁점화' 시키려는 전략에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분석이다.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운영규정(대검찰청훈령 제229호)' 2조는 조사단이 조사하는 ‘검찰 과거사 사건’은 '법무부에 설치된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진상조사 대상으로 의결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3조에 '조사단은 대검찰청에 설치한다'고 정하고 있다. 4조는 '조사단의 독립성과 직무수행의 공정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검사가 조사단원으로서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다.
 
또 규정 5조(구성)는 '조사단은 형사재판과 수사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검찰총장이 위촉하는 조사단원으로 구성한다'고 정한 뒤 7조 1항에 '법무부로부터 위원회의 진상조사 요구(‘검찰 과거사 사건 선정을 위한 사전조사 요구’를 포함한다)가 있는 경우에 검찰총장은 해당 사건마다 조사단원 중에서 조사팀원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조사팀을 구성하고, 조사팀에 조사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실제 조사를 하는 조사팀도 과거사위 요구가 있어야 검찰총장이 구성할 수 있다.
 
운영 규정은 결국, 조사단은 대검 소속 또는 산하 기관이 아닌 별개 독립 기구로, 행정지원 등 운영 편의를 위해 대검에 설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조사 진행사항이나 결과를 대검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대검 역시 조사단에 대한 감찰권한이 없다. 
 
다만, 조사단에 파견됐던 검사가 복귀할 경우 이 검사에게 비위가 있다면 감찰권한을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조사단원 아닌 검사에 대한 사후적인 것이기 때문에, 수사 피의자의 의혹 제기만 있는 상황에서 조사단이 공식 성명을 내고 피의자와 각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대검을 조사단의 대리인으로, 곽 의원과의 '링위'로 올리는 것과 같다는 평가다. 
 
곽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같이 민변에서 활동했고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던 검사가 진상조사단에 파견됐었다”며 청와대와 조사단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과거사위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및 민정비서관을 특정해 수사권고 한 것이 과연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자는 것인지, 정권의 입김에 보복성 표적수사 지시를 위해 작당 모의를 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며 “대검에 감찰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과거사위 관계자는 "곽 의원이 대검과 조사단 지위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계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곽 의원은 이 사건을 표적수사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사단이 굳이 곽 의원 도발에 반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특별검사팀에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조사단이 조사에 집중해 진상을 규명하려면, 스스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의 게이트' 피의자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 5일 청와대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뒤 대검에 감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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