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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현장으로)소비자 요구 파고들면 맥주도 산다

2019-03-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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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 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공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면 1만원에 4캔인 유명 수입 맥주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점차 판매량도 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부 수입업체의 실적은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했다.

반대로 국산 맥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제조업체의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수입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 등 대체 주류의 성장과 어느 때부터인가 자리 잡은 "맛이 없다"란 편견이 국산 맥주에는 악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맛이 없다"란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국산 맥주가 맛이 좋다고도 평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수입 맥주가 맛이 좋은 것도 아니다. 업계에서는 "독일 사람도 모르는 독일 맥주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많은 수입 맥주가 시중에서 판매되지만, 모두가 국산 맥주를 외면할 정도의 맛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시장에 등장한 발포주의 성공을 보면 맛만으로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란 판단이 든다.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패키지의 이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으로 맥주도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되지만, 지난 2월까지 5억캔이 팔리는 등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제품이 성공한 주된 원인은 맥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졌던 막걸리 시장도 지난해 한 신제품의 영향으로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이 제품은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22년 만에 출시해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도 제품의 맛과 마케팅을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100만병 이상 판매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주류업체가 만든 맥주 신제품이 지난 21일 출고되기 시작됐다. 이 제품은 5년간의 준비 과정과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이라고 한다. 이 업체는 이 제품으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맥주 사업이 다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시 간담회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언급될 정도로 이 업체에는 절박함까지 느껴졌다.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만큼 이제 제품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 몫이다. 원료와 공법을 차별화했다는 이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판단할 것이다. 국산 맥주에 대한 편견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맛과 마케팅에서 소비자 요구에 맞으면 분명히 시장에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국산 맥주, 수입 맥주를 떠나서 새로운 '맛있는 맥주'의 등장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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