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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JYP엔터만 있는 '인성 프리미엄'

2019-03-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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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팝스타 심사위원을 맡았던 박진영(왼쪽부터), 양현석씨가 서울 양천구 SBS방송센터에서 열린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6'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승리 발 태풍'이 엔터주를 휩쓴 지 꼭 한 달 만에 애널리스트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조금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더 늦지 않게 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분석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분석을 요약하자면 엔터주의 본질적인 리스크가 두드러졌지만 글로벌 시장 확장 등 본업의 성장이 예상돼 주가가 추가 하락하기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엔터 산업이 '사람 장사'에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판매'로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됐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보면서 눈에 띈 것이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JYP엔터에 관해 쓴 '인성 프리미엄'이란 말입니다.  '승리 스캔들'로 엔터 산업의 본질적 리스크인 '사람 관리'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JYP엔터는 아티스트의 실력뿐 아니라 인성도 신경 쓰는 곳이라 이런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얘기입니다.

인성 프리미엄이란 말은 엔터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티스트의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그들의 행실과 인성도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 넓게는 고도화된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를 만들고 많은 팬을 끌어모아 수익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지속하기 어렵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6년 전인 2013년 JYP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합병 간담회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미성년자의 음주, 흡연 등 소속 아티스트의 부적절한 행동을 철저히 관리하고 인성 부분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최대 주주인 박진영씨가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다는 말도 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최근 엔터주의 모습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기자 등 당시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이 모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흘렸던 JYP엔터 대주주의 생각이 이미 수년을 앞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기도 합니다. "JYP엔터도 아직은 모른다"는 신중론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JYP엔터의 방식이 맞고 틀리다의 문제를 넘어 엔터 산업이 만들어낸 아티스트는 수많은 청소년의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관련 기업 경영진과 종사자는 무거운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기쁨을 주는 제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감정을 느끼고 따라하게 만들면서 생각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품은 엔터업이 생산하는 아티스트 뿐입니다.

책임 의식 없이 돈벌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엔터 업계와 종사자를 모두 낮잡아 이르는 '딴따라'란 평가를 벗어나 어엿한 기업으로 존중과 존경을 받는 경영인으로 거듭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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