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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sabiduria@etomato.com

사회부에 왔습니다. 법조계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돈과 정치 그리고 인간의 도리

2019-03-20 14:08

조회수 :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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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판결을 취재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돈 때문에 매일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타인의 생명을 끊어냅니다. ‘자리는 다른 여러 가지 욕망들로 치환이 가능합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는 욕망의 결집체인 정치가 들어가면 사건의 규모는 더 크고 복잡해지죠.
 
돈 대신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목숨보단 덜 귀한 것을 잃기도 하면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듯,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것이 가장 큰 피해일 겁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오늘 오전 사회면 뉴스들을 체크하던 중 두 기사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하나는 살해됐다 그제 발견된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이희진씨의 부모님 영결식 관련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한 시민이 노회찬 의원의 부인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은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이 씨의 불법 투자 유치 등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항의가 있을 것을 우려해 수십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취재진 20여명도 대기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들로 인한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씨 뉴스에서 제 눈에 들어온 부분입니다.
 
이씨는 수백억대 사기 혐의를 받습니다. 피해자 수만 3000여명으로 추정됩니다. 그의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제부터 올라온 이씨 부모 사망 기사에는 잘됐다’ ‘인과응보라는 댓글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번 사건에서 그는 부모를 아프게 잃은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과 도리에 따라 법원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이씨의 구속집행을 잠시 정지했죠. 이씨가, 경찰과 언론의 우려에도, 장례를 무사히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3000여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가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가 장례 마지막 날인 지난해 7월27일 발인식에서 오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18·19대 대선 무효소송인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모씨는 필명 드루킹 김동원씨의 발언에 따르면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원을 줬는데 이중 3000만원은 부인을 통해 전달됐다면서 특검에서는 계좌추적과 장부 대조를 통해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를 고발했습니다.
 
기사 제목은 일반 시민이지만, 그의 고발 이유는 지난 1월 드루킹 1심 재판 직후 변호인이 기자들 앞에서 말한 내용과 꼭 같습니다. 고발장을 제출하고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자리엔 드루킹의 변호인인 김형남 변호사도 함께 모습을 보였다고 기사에 나옵니다.
 
노 의원은 돈을 받았다는 고백을 유서에 남겼습니다. 인정하고 짊어지고 떠나겠다는 의미입니다. 형사소송에서도 피의자가 사망하면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 의원의 선택은 어떤 면에선 정치때문에 있었던 일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의 선택을 가슴 아파하고 애도했습니다. 그의 장례는 정의당장과 국회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일 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27일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 후 영정이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 
 
 
모든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드루킹 김씨는 1심에서 징역 3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억울했을 겁니다. 그런데 고 노회찬 의원에게 총 5000만원을 전달한 데 대한 정치자금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엄연히 말해 노 의원과 엮인 건에 대해서는 실형을 면한 겁니다.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고 구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요?
   
 
  •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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