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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가요?

2019-03-19 17:10

조회수 :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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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쓰는 이 공간이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담당 기자로 16년을 보냈습니다. 취재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그리고 기사 하나 단어 하나에 얼굴을 붉히고 싫은 소리 듣기 거북한 소리를 주고 받을 위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것은 딱 하나 입니다. 그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도 딱 저들만 왜 저러는 것인지 말입니다.
 
너무나도 쓸 말이 많지만 우선 딱 한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대기업의 의견을 대변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럴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박양우 CJ ENM사외이사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내정 반대에 대한 영화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유는 박 후보자가 대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이었단 점, 그리고 그가 대기업이 질서를 망쳐 놓은 영화계 산업 실태를 반대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른바 영화 산업 수직 계열화, 그리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 입니다.
 
이 논리를 설명하려면 사실 책 몇 권 분량의 원고로도 모자랍니다. 시리즈로 연재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워낙 산업적인 입장 차이 그리고 숫자 놀음이기에 간단한 논리로만 대신하겠습니다. 정말 대기업이 시장 질서를 망쳐 놓은 주범일까요. 제 의문점은 거기를 자극합니다. 답은딱히 아니라고도 말 못하지만 그렇다고맞다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사실아니다란 쪽이 더맞지않을까정도 입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모처에 위치한 인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한 반론은 이것입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분들은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하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영화 시장 규모가 우리와 비교해 수백배에서 수천배 차이 입니다. 마블의 영화 한 편이 한 해조 단위의 수익을 올립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올해 최고 흥행작인극한직업 1500억이 안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수직 계열화 철폐 논리는 시장 지배력을 쪼개고 쪼개서 힘을 분산 시켜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영화 산업은 리스크 산업입니다. 거대 자본이 극한의 위험성을 담보로 뛰어 들어야 합니다. ‘리스크에 대한 맷집을 가진 덩치의 기업이 사실 많이 뛰어 들어야 시장의 안전성이 유지된다고 전 봅니다. 아직도 국내 영화 제작사 가운데 할리우드처럼 스튜디오(기업 수준) 정도로 발전된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일선 영화 제작사들이 대기업이 지배하는 이런 수직 계열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표면적으론 상생의 논리를 들이 댑니다. 하지만 속내는 사실상 밥그릇 싸움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당한 몫이 대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극장 부율(배급사와 극장의 수입 배분 비율) 문제,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입 배분 비율 등에 있습니다. 실질적으론 일선에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로 뛰는 제작사에게 불합리한 비율로 배분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한 대기업들이 투자와 배급을 겸업하고 있기에 대기업들이 극장 부율과 투자사와 제작사 수익 배분에서 이중으로 주머니를 채우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지점에 대해 대기업들은 리스크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편당 적게는 30억 내외에서 많게는 150억 수준으로 돈이 투입됩니다. 만약 영화가 실패하면 제작사의 물질적 손해는 ‘0’원입니다. 반면 투자 배급사는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앉게 돼 있습니다. 이게 국내 영화 산업의 구조입니다. 물론 제작사는 추후 신작 제작에 제동이 걸릴 수는 있습니다. 전작 실패 제작사에 거대 자본을 투자할 투자사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일종의 프로필이 되는 셈이죠. 무형의 리스크만 떠 앉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거대 제작사 일부가 투자와 배급까지 겸업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배급을 하려면 그 배급을 받는 극장 사업자가 모두 대기업 계열입니다. 극장 사업자는 극장 한 개관 설비에 평균 150억에서 많게는 300억까지 투자 비용이 소요 됩니다. 대기업 외에는 시장에 뛰어 들기 힘든 구조입니다. 역시 부율에서 극장 측이 가져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이중이 아닌 삼중으로 수입을 차지하게 됩니다. 제작사 입장에선 배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구조에 박양우 후보자는 찬성표를 던지는 입장을 연이어 밝혀 왔단 것이 그의 장관 후보 지명을 반대하는 논리의 골격입니다. 그가 장관이 된다면 이 구조는 유지되고 일선 제작사는 영세함을 벗어나기 힘들고 결과적으론 한국영화의 다양성이나 건실함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겨울 한국형 대작의 연이은 참패가 이런 구조적 병폐의 단적인 예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박살내고 갈아 엎는다고 답이 될까요. 국내 유효 스크린은 평균적으로 2500개 내외 국내 전체 박스오피스 규모(관객 규모) 3000만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런 좁아 터진 시장에서 다양성과 상생만이 정답일까요. 물론 그럼 작은 것은 도태시켜야 하냐고요? 물론 그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저 역시 사실 답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이건 지난 십수년 동안 어느 누구도 답을 쉽게 내리지 못한 구조적 모순의 영화 시장 실태입니다. 그럼에도 일선 영화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연이어 반대 의사만 펼치고 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지 정말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반대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8일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의 박 후보자 반대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박 후보자의 CJ ENM 사외이사 경력이 문제이기에 반대인 것인가. 논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에 영대위 측 한 관계자 일제 강점기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근대화 기틀이 마련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 일제가 합당한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실제로 말을 했습니다.
 
느끼시겠습니까. 이번 반대는 사실 논리가 약하다 못해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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