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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검찰 "헬기사격 사실 알고도 적시" vs 전씨 "증거 있나?"

사자명예훼손, 허위사실만 처벌…양측, 헬기사격 진정성 입증에 '사활'

2019-03-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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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전두환씨가 예상대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은 전씨 주장의 허위성과 숨진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검찰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11일 공판에서 "공소사실대로 국가기록원 자료·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관련 수사 기록 등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고 전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고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헬기사격 증거 불충분"
그러나 전씨 법률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조 신부가 주장한 지난 1980년 5월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허위사실로 사자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또 전씨가 본인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등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 사실을 기재해 명예를 훼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반 명예훼손죄와 달리 허위 사실만 처벌하는 사자명예훼손죄 특성상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전씨 주장이 사실인지가 이번 사건의 우선적 쟁점이다. 실제 헬기 사격이 없었으면 전씨는 처벌받지 않는다. 전씨의 이날 주장도 이 점에 집중됐다. 앞으로의 공판에서도 이 부분이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5·18 특조위 "사격 확인"
반면,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등을 토대로 헬기 사격이 있었던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당시 육군이 광주에 출동한 40여대 헬기 가운데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를 이용해 1980년 5월21일과 27일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쟁점은 전씨가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주장이 스스로 허위인지 알면서 고의로 회고록에 기술했는지 여부다. 이날 이 쟁점은 전면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전씨는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씨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고의로 조 신부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씨가 회고록을 출판한 2017년 4월보다 3개월 빠른 그해 1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광주 전일빌딩 외벽에서 35개, 10층 기둥 등에서 150여개의 총탄 흔적을 발견했고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이러한 내용의 분석 결과를 광주시에 제출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공식화했다. 
 
국과수, 회고록 출판 전 사격 확인
앞서 법원도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광주지법은 2017년 8월 5·18 시민단체가 낸 전씨의 회고록에 대한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헬기사격은 없었다'는 회고록 4곳 등에 관해 "내용을 삭제 또는 수정하지 않을 경우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인용 결정했다. 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목적을 벗어나 표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해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9월 조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 등이 전씨와 전씨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도 회고록의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주장이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5·18은 당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 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해 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지 오래"라며 "계엄군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변명적 진술을 한 조서나 일부 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전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4월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 전씨가 출석하지 않으면 구인장을 발부한다는 방침이다.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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