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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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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150억 재앙,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2019-03-11 15:17

조회수 :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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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자전차왕 엄복동이 사실상 극장가에서 상영을 중단했습니다. IPTV로 넘어갈 준비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IPTV 수입 등 부가판권 매출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충무로 역대급 재앙이 될 듯합니다. 사실 제작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의 자금력이라면 큰 타격은 받지 않을 듯 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이뤄낸 모기업 셀트리온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이 영화의 제작비가 통상적인 영화 투자 형태가 아닌 셀트리온의 100% 출자로 이뤄졌다고 하니 말입니다. 지금의 자금력으로 150억 정도는 하늘로 공중 분해가 되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점이 영화계 안팎의 시각입니다.
 
그럼에도 참 아쉽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만들어지면 안될 영화는 아니었을까란 의문도 들었습니다. 기획 당시부터 충무로에 들려온 루머를 종합해 보면 큰 실패를 안고 있을 듯한 요소가 다분했단 점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단 지적이 많았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이나 암살이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기에 이 영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단 논리도 들이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은 구성자체부터가 최근 장르물의 트렌드와는 분명히 역행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한 인물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한 민중들의 우상화에 가까운 분위기, 여기에 스포츠 소재 특유의 역동성과 인간 승리, 시대적 배경에 기댄 실패와 성공의 인과관계. 앞뒤 문맥과 맥락을 이어가자면 1960~70년대 충무로 방화 시절의 그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이런 점은 주연 배우 정지훈도 우려했습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좋은 의도에 동감했습니다. 이범수와의 개인적 인연이 그를 이끌었단 주변의 시각도 있었지만 그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방식이 문제가 아니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과하고 또 과한 표현 방식에 배우로서의 위치를 넘어선 조언을 하기도 했단다. 그가 지적한 과한 부분은 전체 흐름 중 단 세 번의 대사였다. "복동아 지금이야" "복동아 아이들을 위해서 이겨줘" "엄복동을 지킵시다"란 부분.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많은 부분이 과함을 느꼈다. 하지만 특히나 이 세 마디는 정말 넘치는 지점이 많았다면서 문제는 이 세 마디가 실제 역사에 등장한 대사는 아니지만 그 대사가 나온 장면이 실제 역사에 등장한 모습이란 말에 저 역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불안했나 봅니다. 인터뷰 이후 밤 자신의 SNS에 실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개인사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받아 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작품 홍보에 열의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제작 과정에서 연출자와 제작자(이범수) 그리고 제작사의 이견으로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고, 충무로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작품임은 여러 보도를 통해 나온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전차왕 엄복동은 최종 스코어 16만 수준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150억대 대작을 연출하는 입장에서 감독의 일천한 필모그래피가 문제였단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지적이지만 너무 확대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상업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총체적인 문제가 이 영화 한 편에 고스란히 담긴 지점 때문일 것입니다.
 
좋지 않은 기획, 매끄럽지 못한 제작 과정, 자금력만 앞세운 배급 등. 실제 주인공이자 역사적 인물인 엄복동의 좋지 못했던 말년의 실제 생활도 거론되지만 그것이 문제는 아닌듯합니다. 150억 재앙이 된 자전차왕 엄복동은 결과적으로 다른 투자 배급사의 반면 교사가 될 상징성만 남긴 채 또 한 편의 재앙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야심차게 출범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세가 자금력에만 기댄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는 않을까. 여러가지 우려만 남겨 됐습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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