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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사실심' 첫 재판…검찰, 일방적 여론전 끝났다"

첫 공판기일서 공소사실 부인·검찰 수사 및 언론 보도 작심 비판

2019-03-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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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사법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재판에서 이 재판은 여론법정 항소심이 아니라 사실관계가 드디어 처음 드러나는 사실심첫 재판이라며 그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펼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일방적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고 선전포고했다. 임 전 차장이 지난해 11월 기소된 이후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재판장 윤종섭)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수개월 수사과정에서 여론몰이식 보도를 보면서 너무 침소봉대됐지만 빗발치는 여론 속 변명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제야 이 공개법정에서 과연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과 의도를 통해 행동했으며, 행위 당시 기준이 과연 범죄가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징용사건 재판 개입이나 국회의원 재판청탁 등 행정부 및 입법부를 상대로 한 이익 도모 혐의 등에 대해 실제로 현장에서 국회, 기재부, 법무부, 검찰, 외교부 등 국가기관과의 상호 관계설정이 그렇게 단순하거나 녹록지 않다면서 재판독립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가 유관 국가기관과 관계를 단절한 채 유아독존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지난 시기 사법부가 검찰이 주장하듯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각급 법원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에 대해 다양한 행정목적 달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 관심과 모니터링을 했지만, 항상 삼가고 또 조심했다부득이하게 의견을 개진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선 법관의 소신과 양심을 꺾고 행정처 의중을 관철한 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은 그간 검찰이 수사과정과 공소장을 통해 설정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직권남용의 경계선은 너무나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공소사실 대부분에 기재된 법원행정처 검토문건은 내부에서 사법부 관련 현안에 관해 파악된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며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 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작성한 것이라며 공사를 막론하고 어느 조직과 단체든 응히 할 수 있는 검토이고, 개인으로 비유하면 일기장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도 피고인의 주장과 진술을 차분히 듣고 무엇이 진실인지 공정하게 판단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집중심리로 인해 검찰 주도의 졸속재판이 되지 않도록 향후 공판기일 지정에 있어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과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전 사법부 수뇌부로서 법정에 서게 된 심경에 대해서는 행정처 시절 일한 것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기소까지 됨에 따라 제 뜻과 무관하게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8개월간 사법행정 전반에 진행된 열외없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고초를 겪거나 상처를 받았을 선후배 동료법관 및 법원 직원들께 단초를 제공한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기 사법부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청산 대상으로 간주해선 안되고, 저들에게도 뭔가 사법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마음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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